• 최종편집 2023-01-3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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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갑자기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명절이라 만석인데, 아는 언니를 통해 없는 표초대권을 어렵게 구했다고 했다. 그렇게 서편제 뮤지컬을 명절 마지막 날 보게 되었다. 한국적인 한이 서려 있는 뮤지컬! 언젠가 유튜브에서 공연의 짧은 한 대목을 보고 너무 인상 깊었던 차지연이 주인공 송하역을 맡았다고 해서 더 기대가 되었다.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극이 시작되면 아버지 유봉을 따라 딸과 아들, 두 어린아이들이 정처없이 걷는 장면이 나온다. “길에서 논다, 길에서 잔다, 길을 간다~” 소리를 하면서 딸인 어린 송화가 의붓남동생 동호와 함께 진정한 소리꾼의 길을 쫓는 아버지 유봉을 따라 유랑하는 장면이다. 소리를 놀이 삼아, 친구 삼아, 소리 길을 다니며 서로 마음을 나누는 송화와 동 호. 그러나 동호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는 엄마를 보며 아버지 유봉 의 그 소리에 미친(?) 삶이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하며 아버지에게 저항한다. 아버지를 증오하다 결국 자신의 소리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송화는 아버지 곁에 남아 소리를 완성하고자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송화는 소리를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보고 싶은 동생 동호 걱정에 소리를 포기하려 하지만, 득음의 경지, 더 깊은 소리에 심취한 아버지 유봉은 한을 담은 소리를 얻도록 딸 송화의 두 눈을 멀게 한다.

 

참으로 가슴 아픈 대목이다. 눈이 먼 송화 그리고 한은 소리가 된다. 그 딸을 데리고 아버지는 득음의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 나서지만 달라진 세상이 그 소리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어느날 송하의 눈이 되어 이끌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고 송하는 홀로 남는다. 앞을 못 보는 송하의 소리의 삶이란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걸어간 50년 후, 각자의 소리 인생을 살던 눈먼 송화와 동생 동호가 다시 만나 마주 앉아 심청가의 한 대목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풀어내며 한을 푸는(?)이야기다. 함께 간 아내는 어떻게 딸의 눈을 멀게 하면서까지 한을 몸에 쌓으라고 하는 것인지, 말도 안되고 너무한 것이라고 언짢아했다. 심지어 죄라고 못을 박았다. 예술은 순수하고 고고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인데 사람 생명을, 인생을 담보로 하는 게 맞는지. 한번 뿐인 귀한 인생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 수 있도록 돕지는 못할 망정, 부모의 자기 욕심과 열정 때문에, 딸자식 눈을 멀게까지 해서 득음을 하게 하려는 것은 진짜 악한 것이라고 했다. 자기 유익을 위해 남을 사주하거나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열을 냈다. 난 그저 웃었다. 왠지 난 유봉의 가슴에 담긴 깊은 소리를 향한 열 정이 마음에와 닿았다.

 

 

 

눈이 먼 한이 담긴 송하의 소리도 깊었지만 왠지 소리를 찾기 위해 한평생을 바치고, 아내도, 아들도 떠나보내고 곁에 하나 남은 딸의 눈마저 멀게 만드는 아버지의 집념과 고통, 인생이 묻어나는 연기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 소리가 깊었다. 내가 아버지여서일까. ‘깊은 소리를 찾는 유봉을 보며 목사인 내 자신이 보였다. 내 안에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복음을 찾는 깊은 소리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라고 하는 정서는 그리 성경적이지 않다. 그러나 결은 달랐지만 세례요한도 생명을 살리는 복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깊은 갈망에서 나온 열정,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로 살다 갔다. 바울은 깊은 소리’, 예수를 만나고 자기의 자유와 모든 기득권과 생명까지도 내려 놓았다. ‘내가 그를 얻고 모든(세상의 귀중한)것을 배설물로 여겼다고 고백했다.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내 안에 힘들고 다양한 아픔을 가진 인생들을 회복시켜 줄 복음의 깊은 소리 예수가 더 힘있게 흘러나오길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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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조 칼럼] 깊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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