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고질병 외로움, 소그룹에 답이 있다

  • 입력 2022.11.07 14:44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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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둘 중 하나라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사람들의 비율을 계산하여 통계청은 매년 ‘사회적 고립도’를 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고립도는 34% 수준으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교회 내에서 이러한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고 응답한 ‘교회 내 고립도’는 25%로 사회적 고립도 대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운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교회가 큰 의지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한국교회의 대사회 기여도가 다시금 조명받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자주 연락하고 만나 교제를 나누는 소그룹은 교회 공동체의 건강성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앞서 외로움과 관련해서도 소그룹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소그룹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덜 외롭다는 조사 결과가 이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귐과섬김 코디연구소가 지난 8월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하여 교회에 출석하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그룹 참여자의 고립도는 17%에 불과한 반면 소그룹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46%가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주로 소그룹 구성원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소그룹은 교회가 공동체로서 작용하는데 있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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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갑자기 많은 돈을 빌릴 일이 생긴 경우(42%), 몸이 아파 집안 일을 부탁할 경우(49%),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40%)에 처했을 때 교회에서 도움을 청할 사람으로 소그룹 구성원을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은 이를 대변해준다.

현대인들이 가장 흔하게 앓고 있는 병은 외로움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절반 이상인 55%가 평소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 외로움에서 도피하고자 젊은세대는 SNS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노인세대에서는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이 증가하고 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교회는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상처받고 소외된 외로운 영혼들이 모여 위로받고 치유되는 회복의 역사가 교회에 넘쳐나야 한다.

문제는 교회가 피난처요 의지가 되는 공동체임은 분명하지만 오늘날 교회가 품고 있는 몇 가지 특성들은 사람들을 오히려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교회의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모습(25%)은 교회 내부에서도 가장 많이 지적받는 점이다. 또한 교인들의 비도덕적인 모습(22%)과 다른 교인들간의 갈등(20%), 교회의 정치적인 분위기(20%)도 성도들을 교회 공동체 내에서 밀어내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기독교인들에게 실망이 커서(49%) 신앙을 버릴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20~40대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30대(19%)와 40(20%)가 비슷한 비율을 보인 반면 20대에서는 유독 32%라는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 교회 공동체가 상처받은 이들을 품어내기는커녕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객관적인 시각과 분석과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계에서 보듯이 한국교회는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외로움을 상당히 상쇄시키며 위로와 회복의 공동체로 기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현대인들을 더 많이 품어내서 외로움을 치유해야 하는 상황에, 오히려 교회 내 성도들마저 떠나게 하는 요인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일반인들보다 덜 외롭다는 통계에 기뻐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호흡하며 위로하고 치유하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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