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칼럼] 철부지에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1)

  • 입력 2022.11.10 16:4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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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jpg

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목사님께서 철수네 집에 심방을 오셨습니다. 엄마는 목사님과 함께 오신 집사님들을 제일 큰 방으로 안내하였습니다. 방 아랫목 따뜻한 자리에는 철수가 베개를 베고 누워있었습니다. 엄마가 얼른 일어나라고 했지만, 철수는 배가 아프다며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무안한 엄마는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했으나 철수는 뭐가 심통이 났는지 벽으로 고개를 돌리며 엄마를 외면했습니다. 방으로 들어선 목사님이 괜찮다고 그냥 두라고 하시고는 철수가 누운 곳으로 가서 공손히 앉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배가 아파서 얼마나 괴로우십니까?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엄마가 큰소리 치는 건 다 나 때문입니다. 이렇게 댁에 계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예배를 드릴 수 있어 서 참 고맙습니다.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예배가 끝나면 곧 돌아가겠습니다.” 철수는 목사님의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말을 마치신 목사님은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예배 중에 철수가 조용히 일어나더니 목사님 옆으로 다가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찬송을 따라 부르고, 기도를 따라 했습니다. 예배를 마치자 철수가 벽장으로 달려가더니 자기 가방에서 카네이션을 꺼내 와서는 목사님의 가슴에 달아드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불편했던 엄마의 마음이 편해졌고, 함께 간 집사님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철수는 심통을 부리는 자기에게 공손하게 말씀하시는 목사님이 고마워서 말없이 사과와 감사, 공경을 표현한 것입니다. 아이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 누굴 존경해야 하는지,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잘 못 하고 있는지. 아이들에게도 자존심이 있습니다. 잘못했지만 사과하기 애매한 상황, 실수했지만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다그치는 것보다 눈 감아 주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면 분위기가 달라진 후에 반항적인 태도가 고마움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는 잣대입니다. 동등한 사람이나 윗사람에게는 대부분 공손합니다. 공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대부분 같은 태도를 취하게 되므로 누가 진짜 공손한 사람인지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랫사람을 대할 때는 공손할 이유가 없기에 각자가 가진 본래의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 사회적 연결점이 없는 사람에게 취하는 모습을 통해 성품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윗사람에게는 누구나 잘합니다. 힘 있는 사람에게 대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건달이 나 맹수도 자기보다 센 놈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면 절대 판사에게 큰소리치지 않습니다.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은 어리고 약한 사람을 대할 때입니다.

예수께서 불러다가 이르시되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그들을 임의로 주관하고 그 고관들이 그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 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마가복음 10:42~45】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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