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칼럼] 번뇌하는 인생

  • 입력 2022.12.15 14:2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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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으니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니라”(전 1:18)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혜와 지식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부분 관심을 두지만 전도자는 지혜와 지식의 악영향을 논하고 있습니다. 지혜와 지식이 귀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삶에 유익을 주기보다는 해가 될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 마음 편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이 알면 근심 걱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아는 것이 병”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건강의 중요성으로 인터넷과 케이블 TV 등에서 건강정보가 넘쳐나면서 ‘건강 염려증’과 ‘건강 과민증’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건강 염려증은 병이 없는데도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는데도 믿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쇼핑족(族)’ 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도자의 말과 비슷한 한자 표현은 ‘식자우환(識字憂患)’입니다. 글자를 아는 것이 도리어 근심을 사게 된다는 뜻입니다. 식자우환이라는 말은 너무 많은 것을 아는 것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너무 많이 알면 오히려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지만 너무 많이 알면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철학자인 칸트는 무엇이든지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매우 냉철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인으로부터 청혼을 받았으나 쉽게 답변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답답해하던 여인이 드디어 칸트에게 다가와 결혼 여부를 분명하게 말하라고 다그쳤습니다.

칸트는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간단하게 말한 뒤 바로 도서관에 가서 결혼에 관한 책들을 찾아 결혼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을 모아 연구하며 결혼을 해야 할 것인지 안 해야 좋을 것인지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여인의 집에 찾아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당신의 따님과 결혼하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녀의 이버지는 “여보게, 너무 늦었네. 내 딸은 벌써 결혼해서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됐다네”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너무 많이 알면 약아지기 쉽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법을 전혀 모르는 자영업자는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면서 하루하루 먹고 살며 세금 꼬박꼬박 잘 내지만 세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법을 피해 탈세를 하며 부당 이익을 얻는데 몰두하는 것입니다. 많은 지혜와 지식의 폐단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마음이 교만해지는 것입니다. 지혜와 지식을 가짐으로 겸손해져야 하나 오히려 교만해져서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길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학(神學)이라는 말은 하나님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연구하는 신학이 자유주의 신학교에서는 하나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분석하고 하나님을 모독하고 있습니다.

한때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사신(死神)신학까지 논할 정도였습니다. 제1·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유럽과 미국 사회는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하나님을 느끼지 못하는 세속화된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960년대에 미국에서 태동한 사신신학은 사실상 하나님을 부정하며, 신 없는 신학, 특히 하나님 없는 그리스도론을 전개했습니다. 이러한 폐단을 생각할 때 신을 연구하는 학문, 신학(神學)이라는 말은 그리 적합한 표현이 아닌 듯 싶습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분석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차라리 신앙에 대한 학문, 신학(信學)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지혜와 지식을 가질수록 모든 인간사의 불완전하고 불만스러운 본질에 대해 슬픔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번뇌도 깊어지고 근심도 더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지혜는 더 많아지고 깊어질수록 더욱 경건한 삶, 평안한 마음, 더욱 온전한 인격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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