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환 칼럼] 울타리가 무너질 때(2)

  • 입력 2022.12.22 13:3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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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환 목사(갈보리교회) 

[프로필]

▣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 역임

▣ 한국기독교영풍회 대표회장 역임

 

 

아버지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 것일까? 아버지는 울타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넘어서면 안 되는 울타리, 그러나 그 안에서는 무엇이나 해도 되도록 안전하게 지켜주는 울타리, 이것이 보호자인 아버지의 역할이다. 그 안에서 자유를 조절하는 것을 배우고 울타리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과 질서를 배우게 된다. 아이가 점점 커지면 울타리도 점점 넓어져야 한다. 청소년이 되면 아주 넓어져야 한다. 활동의 범위가 커지기 때문이며 성인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서는 아버지란 울타리를 넘어서야 한다. 그렇게 세상 속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질서를 지키고 권위에 순종하고 규범을 따라, 갈 수 있는 것은 아버지란 울타리 속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들이다. 아버지가 이렇게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좋은 아버지이면 좋지만,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버지도 많다. 나는 아직도 울고 있는 청년에게 ‘이제 성인이 되었고 아버지를 바꿀 수는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너의 태도뿐이다. 그 아버지란 산을 넘어서야 너는 세상이란 산을 넘어설 수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버지 한 사람의 산도 넘지 못하고 앞으로 이 세상에서 만날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산을 어찌 넘을 것인가. 아버지와 함께 가는 법을 깨닫게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아버지는 내게 하나님이 주신 너무나 어려운 숙제였기 때문에, 나는 지금 전화를 걸어온 청년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며 같이 그 아픔을 다시 느낀다. 우리 아버지는 평생 아무것도 자식들에게 해준 것이 없지만 지금도 너무나 당당하게 섬김을 요구한다. 나는 아버지의 산을 넘기 위해 오늘도 그 부당하기만 한 요구 앞에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생각한다. 부부는 헤어지면 남이 될 수 있지만, 부모 자식은 결별할 수 없는 존재이다. 죄책감을 동반하기 때문이며 하나님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죄책감은 또 다른 심리적 문제들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렇게 아버지가 울타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으로 끝이 나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자식들에게 끌어안고 가야 할 깊은 상처를 남겨주는 일이다. 가지는 물이 없으면 자구책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을 수축시켜 가시가 된다고 한다. 물은 아마도 여유, 사랑, 공감 같은 것일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혼자서는 살아갈수가 없다. 누군가의 사랑, 공감, 이해 그런 것들로 사람답게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나, 부모란 좋은 울타리가 없어서 이런 것이 힘들었다면, 자구책으로 스스로 자신에게 물을 주면 된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으로 물을 주는 것이다. 내 모든 형편 아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공감받는 것이다. 그래도 기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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