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칼럼] 기도하는 사람(1)

  • 입력 2022.12.22 13:42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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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jpg

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6살 여자 아이가 예배 시간에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우리 아빠 술 안 마시게 해 주세요!” 아이의 아빠는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린 딸은 날마다 아빠의 얼굴을 보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돼서야 잠들어버립니다. 그러고 나면 한참 후에 술에 취한 아빠가 들어 와서는 집안을 소란하게 만들고 난 후 침대에 쓰러지고 다음 날 어린 딸이 눈을 뜨기도 전에 집을 나가십니다. 어쩌다 어린 딸이 아빠가 들어 올 때까지 잠들지 않고 기다리는 날이면 술에 취해 들어오신 아빠가 엄마와 싸우고, 언니 오빠를 혼내는 모습을 보며 울다가 잠자리에 듭니다. 아빠는 원래 좋은 사람인데 술만 드시면 나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엄마와 가족들은 아빠에게 제발 술을 드시지 말라고 매일 부탁하지만 아빠는 저녁만 되면 술에 취해 들어오십니다. 온 가족이 교회를 가는 주일날에도 아빠는 술이 덜 깬 상태로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십니다. 어린 막내가 같이 교회를 가자고 해도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는 아빠는 안 간다고 호통을 치고, 막내는 아빠의 큰 소리에 놀라서 울다가 언니와 함께 교회로 갑니다. 그런 막내가 모든 성도가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되면 소리 내어 하나님께 기도를 하기 시작 하였습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하나님 우리 아빠 술 안 마시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하나님 우리 아빠 술 안 마시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하나님 우리 아빠 술 안 마시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하나님 우리 아빠 술 안 마시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다른 어른들이 여러 가지 기도를 드리고 있는 긴 시간 동안 어린 딸은 그 한 가지만을 계속 반복합니다. 그렇게 기도가 계속되던 어느 날 아빠가 정말 술을 마시지 않고 일찍 들어오셨습니다. 엄마와 언니들은 막내의 기도가 응답받았다고 막내를 쓰다듬었습니다. 일찍 들어 온 아빠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온 가족이 화목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막내를 끌어안으며 물어보았습니다. “우리 귀여운 공주님은 소원이 뭘까?” “아빠! 소원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야?” “응~ 그건 자기가 제일 바라는 게 무엇이냐는 뜻이지!” “아!~ 그럼 나 소원 있는데!” “그래? 뭔가요?” “아빠가 술을 마시지 않는 거야! 내가 매일 기도하고 있거든! 나 기도도 잘할 수 있어! 한 번 해볼까?” “하나님 우리 아빠 술 안 마시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하나님 우리 아빠 술 안 마시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하나님 우리 아빠 술 안 마시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어린 딸의 기도를 들은 아빠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린 것이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 다시는 그런 기도 하지 마! 알았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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