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하다

  • 입력 2015.02.11 11:16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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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들이여, 탈선하기 전에 탈진에서 벗어나라”

성결교회 갱신과 부흥을 위해 포럼을 개최해온 성결섬김마당(공동대표 김종웅 이준성 정재우 조원근 한태수 목사)이 ‘목회자의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관리’를 주제로 11번째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 앞서 드려진 예배는 한태수 목사(은평교회)의 사회로 이대일 목사(성석교회)가 대표기도하고, 정재우 목사(평택교회)가 ‘평강의 몸’ 제하의 설교를 전했다.

‘목회자의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관리’를 주제로 강의한 최의헌 원장(연세로뎀정신건강의원)은 일중독 가능성이 높은 한국인의 특성은 목회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이제는 목회자도 정신건강과 스트레스 관리를 놓쳐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최 원장은 목회자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오는 문제의 원인과 결과로 ‘사적인 영역의 희생’, ‘이중적인 태도’, ‘목회의 침체와 실패’로 보았고, 가족이 정신질환 등에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M.Div를 거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교단에서 안수를 받았고, 이후 교단 교회와 세브란스병원에서 파트사역과 협동사역, 정신과 진료와 기독상담센터를 운영해왔다. 이른바 ‘투 잡’을 갖고 있는 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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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하고 있는 최의헌 원장
 

사적인 영역의 희생, 목회자 탈진의 지름길

인자한 태도 유지 요구받는 목회자, 가정에서 분노 드러내

그는 “이제는 목회자가 여름휴가를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축에 속하지만 그 전만 해도 목사가 무슨 휴가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에게는 여전히 과도한 희생이 요청되고, 개인의 삶은 침해를 받아 이는 가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문제제기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목회자가 일에 치중해서 가정에 소홀히 하더라도 부인이 자녀를 잘 돌봤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목회자의 사적 영역 희생이 사모의 심리적지지 부족으로 이어져 사모의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며 “이로 인해 자녀 양육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목회자가 자신을 목회의 길로 헌신할 때부터 사역을 위해서라면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서 “드러나는 문제가 없을 때에는 이러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이해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목회자의 탈진이나 가족 건강의 위험 신호가 올 때에는 반드시 재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역자는 교회에서 늘 성실하고 인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요받기 십상이다. 최 원장은 “늘 성실하고 인자한 것은 이상적인 태도이지 보통의 무난한 개인에게 기대할 수 있는 덕목은 아니”라고 단언하며 “교회에서 유독 성실하고 인자한 태도를 유지하도록 요청받으면 그 사람은 교회를 벗어나 특히 가정에서 짜증과 분노와 태만함을 드러내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목회자의 이중성은 더 커지고, 자신의 이중적인 태도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이의를 제기할 경우 더 과도한 반응으로 응징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이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완화하여 겉과 속이 비슷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에게 정신과적 상담을 받는 목회자들에게 “밖에서도 나쁘게 살아라. 안과 밖의 수위가 댐처럼 차이가 많아지면 질수록 그만큼 자신에게 압박감이 주어지게 된다”고 권면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목회가 자신의 기대와 달리 침체되어 있다고 여기거나 쇠퇴하고 있다고 느끼게 될 때이다. 최 원장은 “목회자도 예외 없이 경쟁 사회의 성취 지향적인 문화에서 낙오자로 여겨질 때 낭패감이 사로잡히게 된다”며 “이럴 때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직시하고 처절한 직면을 거친다면,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진정한 자기 부인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권면했다.

정신질환, 하나님의 형벌로만 보지 말아야

목회자 가정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질환을 직접 진료해 온 그는 다른 과 약물치료는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면서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해서는 유독 신앙이 거론되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현실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정신질환의 발생률에 목회자가 제외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목회자 가족 중에 정신질환이 나타나면 매우 당혹스럽게 여긴다”며 “욥기에서처럼 하나님의 형벌이나 죄의 결과로만 여기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목회자 가족 구성원의 정신과 진료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비밀 유지’의 문제다. 최 원장을 포함한 대다수의 기독 정신과 의사들은 목회자들이 원하는 대로 목회자 가정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하여 비밀 유지에 힘쓰고 있지만 입원치료 등의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최 원장은 “조용히 덮어서 해결할 단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오히려 노출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아무리 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해도 본인과 가족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억울함 특히 상실감은 벗어날 수가 없다”며 “이런 경우 치료자는 그 짐을 함께 짊어지고, 새로운 가족 성원이 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성격 유형에 따라, 심리학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외형적 스트레스보다 자신 스스로 부여하는 내면적 스트레스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쉽게 벗어나기가 힘들다.

최 원장은 목회자가 가지는 내적 스트레스의 유형을 △완벽주의 성향 △권위주의 성향 △희생주의 성향 △투사적 성향 등으로 나누고 자신의 성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사실 그대로를 직시해 성향을 변형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어 그는 목회자들이 스트레스를 떨쳐내지 못하게 될 때, 사소한 흥미나 의욕이 줄어드는 초기 현상을 거쳐 잦은 신체적 불편, 피로, 안절부절, 사역적 능률의 저하, 우유부단해짐, 좌절, 자기 통제의 감소, 우울, 탐닉, 부정적 습관이 생겨나거나 탈선하게 되는 등 점차 깊은 단계로 탈진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성적 탐닉, 자위행위, 도벽, 도박, 부부싸움, 분노폭발, 자해 혹은 타해, 착취 등의 다양한 탈선의 양상이 나타나는데, 최 원장은 “탈선이 탈진에서 유래한 것이라면,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탈선이 아니라 탈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죄의 문제는 회개함으로 해결해야겠지만, 심리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탈선이 자신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신호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역설했다.

포럼 이후 한태수 목사의 사회로 종합토의 및 기도회가 이어졌으며, 점심식사 이후 신체적 건강을 위해 체육대회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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