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지고를 내 마음대로

  • 입력 2014.04.24 17:29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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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범 목사 (홀리신학원 원장)                     
[프로필]◈ 
저는 가끔 새벽에 운동(배드민턴)을 하러 나갑니다. 이른 시간이라 노인들이 많이 나와 운동을 하고 계시고, 저는 그 분들과 편을 짜서 게임을 합니다. 

둘씩 편을 먹고 복식을 하는데, 저는 항상 아슬아슬하게 한 점이나 두 점 차이로 이기고 집니다. 저하고 같은 편인 분은 너무 아쉬워하시면서 다시 한 번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고, 상대편은 저를 이겼다 하여 너무 재미있어 하며 즐거워합니다. 그 분들은 말하기를 저하고 실력이 비슷하여(?)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저래 저는 아침시간에 꽤나 인기 있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2007년 7월20일 축구의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한국에 와서 우리 팀과 게임을 하였습니다. 수준 높은 팀이었습니다. 결과는 서울 FC가 4:0으로 졌습니다. 처음 3골을 넣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뛰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골을 더 넣으려고 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볼을 돌리는 식의 유치한 방식으로 시간끌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같이 보였으나 더 이상 골을 넣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분위기를 파악 못하는 선수가 4번째 골을 넣었을 때, 선수들이 축하해 주기보다는 핀잔을 주는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진정한 실력을 느꼈습니다.

저것이 진짜 힘이구나. 저것이 실력이구나. 이를 악물고 이기려고만 하는 것은 천박합니다. 진짜 힘은 질 줄 아는 것입니다. 진짜 힘은 지고도 흐뭇해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매월 운동회를 합니다. 감사한 것은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이를 악물고 상대를 쓰러뜨려 이기려는 천박한 자세가 아니라, 서로가 지려고 하는(?) 영성적 자세를 서로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힘을 갖추었으나 져줄 줄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영성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야 말로 힘을 갖추신 분께서 져주신 것이라 하겠습니다.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두 군단,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마26:53)” 물론 예수님께서는 하실 수 있었습니다. 이기실 수 있었습니다.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피하시고 대적자들을 이기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스스로 져주셨습니다.  저는 새벽에 나가, 게임을 하면서 1, 2점 차이로 집니다. 아직은 그 분들과 게임을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져주었습니다. 그래야 그 분들이 의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만약 3게임을 하면 2대 1정도로 져 줍니다. 그래야 제일 재미있고 흥분되기 때문입니다. 실력이 무엇입니까? 단순히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실력은 이기고 싶을 때 이기고, 지고 싶을 때 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 마음대로 승부를 조절할 수 있어야 그것이 실력입니다. 이기고 짐을 조절 할 수 있는 영성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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