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사랑 네팔로 네팔로…

  • 입력 2015.05.05 00:37
  • 기자명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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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봉 하나된 현지 지원창구 통해 2만 달러 물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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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4월 25일 지진 당시

 

6621 명 사망…. 5월 1일 현재, 네팔 정부가 공식 집계한 네팔 지진피해 현황입니다.

4월 25일 정오 무렵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구원의기쁨교회는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네팔 현지인 교회는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 예배를 드립니다). 어느 덧 예배순서가 거의 끝나고 마지막 순서로 축도만 남겨 놓았습니다. 단 따망 목사(사랑의교회 파송 현지인 선교사)는 두 팔을 들어 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멘”할 때였습니다.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교회건물이 세 들어 있는 곳은 2층. 계단 몇 개만 내려가면 안전한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나갈 수 없었습니다. 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서 있기조차 힘든데다가 계단에 균열이 생기며 금방이라도 계단이 무너질 듯 돌먼지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교인들은 먼저 다른 방에서 수업하고 있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챙겼습니다. 다행히 흔들림이 잦아들었습니다. 아이들부터 한 명씩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교인들도 한 사람씩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건물 뒤편에 커다란 구멍이 났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텨준 것이. 하마터면 예배드리다 현지인 교인들이 참사를 당할 뻔 했으니까요.

 

4월 25일-4월 28일

 

신나라/공기쁨 선교사(KPM) 가족은 한인들과 며칠째 공터에서 텐트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은 다행히 벽에 금이 간 정도로,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여진에 피해를 입을지 몰라서입니다. 정부도 대지진 이후 집에 들어가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했고요.

신나라 선교사는 중국에 있을 때 지진을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지진이 났을 때 진도 4-5 정도의 중급 지진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진도 7.8의 대지진이었습니다. 네팔에서 지진은 한인도, 네팔인도 모두 처음 경험하는 일입니다. 바로 옆에서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이 공포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천막생활이란 게 다 힘듭니다. 춥고, 배고프고, 거기에다 부슬부슬 비까지 내리니….

4월 28일 저녁, 김윤경 선교사(OM)는 지진 이후 처음으로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렇지만 한데서 자는 것을 면했을 뿐, 숙면을 취하기는 어렵습니다. 잠을 조금이라도 청할라치면 여지없이 알람이 울어대서입니다. 큰 지진에 수반되어 온다는 여진입니다(5월 3일 현재 카트만두에서는 대지진 이후 총 60번의 여진이 기록됐습니다). 진동을 감지해서 울려주는 알람이다 보니 알람소리가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에 가깝습니다. 자꾸 잠을 깨다보니 알람소리가 트라우마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네팔 선교사회 지원 창구 일원화

 

네팔에 있는 한인들은 약 500명입니다. 이중 선교사가 220명입니다. 한인사회가 곧 한인교회라 해도 될 정도입니다.

파송 교단과 기관은 달라도, 사역형태와 내용은 달라도 네팔 선교사들이 하나로 뭉쳤습니다. 네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네팔 선교사들이니까요. 그렇다고 선교사회가 전면에 나서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네팔한인선교사회는 한인사회를 포괄해서 네팔지진긴급대책본부를 만들고, 네팔 한인사회를 통한 네팔 이재민돕기 창구를 일원화했습니다.

대책본부의 지원업무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누구라도 지진피해 상황을 양식에 따라 접수하면 재난대책본부가 그곳에 긴급구호품을 지원하는 형태로요.

피해지역에 가장 필요한 긴급구호품은 텐트, 비상식량, 담요였습니다. 한인들과 네팔인들이 집으로 들어간 후에도 텐트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집이 부서져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니까요. 긴급구호는 시급한데 돈이 없었습니다. 선교사들이 호주머니를 털었습니다. 그렇게 모인 후원금은 바로바로 피해지역에 대한 긴급구호에 사용됐습니다. 긴급대책본부는 며칠 사이 이렇게 십시일반 약 2만 달러 정도를 모금해서 네팔 이재민을 지원했습니다.

 

한국교회의 후원

 

네팔 대지진은 전 세계적인 재난이 됐습니다. 한국교회의 NGO 단체들도 속속 네팔로 달려갔습니다.

한국교회봉사단‧월드디아코니아(대표 김삼환 목사, 이사장 오정현 목사)는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네팔에 실사단을 파견했습니다. 네팔 현지에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긴급구호물품을 지원하고, 네팔 이재민 돕기 중‧장기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사단은 2일 간의 현장 일정을 통해 카트만두 시내에서 가장 피해가 심했던 박타푸르 지역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네팔긴급재난대책본부와 네팔오엠본부, 그리고 액트 얼라이언스를 찾아 효과적인 지원방법을 논의했습니다.

실사단은 대책본부에서는 하나된 지원 통로를, 네팔오엠본부에서는 지역에 대한 조심스런 접근을, 액트 얼라이언스에서는 연합해서 하나의 이름으로 구호활동을 전개하는 서구교회의 저력을 보았습니다.

실사단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한국교회의 후원이 네팔 이재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이들을 잘 알고 있는 선교사들을 통해서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사단은 5월 1일 네팔긴급재난대책본부를 재방문, 1차로 긴급구호물품(텐트 500동, 비상식량 25kg쌀 900포대, 담요 600장)을 ‘한국교회’ 이름으로 전달했습니다. 이번 후원으로 500가구 이상이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한국교회의 사랑도 네팔 현지로 향하는 분위기입니다. 고신 재난긴급구호단(단장 신상현 목사)은 5월 5일부터 8일까지 네팔을 방문합니다. 최대 지진피해지역 가운데 하나인 신두팔촉 지역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대책본부에서 요청한 긴급구호물품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후 고려해야 할 사항

네팔 카트만두 중심가와 여행자거리로 유명한 타멜 거리는 평상심을 거의 회복한 모습입니다. 도심 곳곳에서 이번 대지진 참상을 보여주는 무너진 벽돌더미들을, 도심지에 산재해 있는 공원에서 천막촌을 볼 수 있지만 거리는 어느 새 일상으로 돌아온 듯합니다.

그렇지만 피해가 집중됐던 박타푸르를 비롯해 피해가 컸던 시골 마을에서는 아직도 생존자를 찾아 건물 잔해를 조심스럽게 치우는 긴급구조작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교회의 대응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요?

대책본부 어준경 본부장은 말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한 달 간은 피해지역에 대한 긴급구호가 진행돼야 합니다. 또 그와 더불어 중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임시거처와 가재도구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원도 물품지원 보다는 재정 지원이 필요합니다. 재정을 지원 받아 현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 여겨집니다”

현지의 열악한 위생환경으로 인해 전염병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전염병 예방 교육과 홍보에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요청도 있습니다.

네팔 현지에서 만난 코이카 신순옥 대원은 말합니다. “네팔어로 된 수인성 질병과 전염병에 대한 짧은 안내문이 있었으면 합니다. 개인 SNS를 통해 전염병에 대한 주의사항을 올리고는 있지만, 저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이번에 포옹이라는 단어가 많이 생각납니다. 구호물자 이상을 줄 수 있는 게 한국교회입니다. 돈이나 구호물품 이상의 무엇을 줄 수 있는지 한국교회가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한국교회의 지진 피해 후원은 네팔 현지인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다행히 한인 선교사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아서입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눈으로 보이는 피해만 볼 때 그렇습니다. 정신적인 피해도 있으니까요. 선교사들이 느끼는 상처는 생각보다 커 보입니다. 그래서 네팔의 시니어 선교사들이 특별히 한국교회를 향해 부탁하는 바가 있습니다.

“선교사들에 대한 심리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힘들어 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본국송환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분들을 향해 ‘선교사 자세가 안됐다’고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부터 선교사 케어를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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