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재활환자 영적 건강 돌보는 송희정 목사

  • 입력 2015.05.12 15:27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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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와 정신재활을 위해 장기 입원하여 치료받는 환자들의 영적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힐링스병원 원목 송희정 목사를 만났다.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에 위치한 힐링스병원은 신체재활과 정신재활이 합쳐진 통합 재활서비스 전문 기관으로, 질환에 맞는 전문 의료 서비스와 지역사회 재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퇴원 후 사회복귀를 위한 지역사회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송희정 목사는 ‘환자들의 병으로 인한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슬로건으로 운영되는 힐링스병원의 원목으로서 의사와 간호사들의 손이 닿지 않는 환자들의 마음 속 까지 영적 어미의 마음으로 돌보고 있다.

사지마비, 편마비, 뇌졸중 등의 신체재활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과 우울증, 자살충동, 알콜중독 등의 정신재활을 필요로 하는 이들 대부분이 장기 입원 환자들이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 최대연한은 2년이기 때문에 이들은 2년마다 타 병원으로 재입원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으며, 병원비, 간병비 등 경제적 곤란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송 목사가 더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보는 이들은 간병비 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직접 환자의 병수발을 들고 있는 보호자들이다. 특히나 신체재활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매일 일정 시간 운동치료, 작업치료 등 재활치료를 해야하다보니 간병하는 보호자들의 고충이 두 배가 된다. 이로 인해 쉼과 위로를 얻을 틈이 없는 보호자들은 몸과 마음이 병들어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송 목사는 그들에게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아주고 있다. 송 목사는 “환자 가족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환자를 너무 사랑해서 차마 요양원에는 보내지 못하고 직접 간병하면서도 힘에 부쳐 환자에게 모진 말을 쏟아 붓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 “미약하나마 보호자들에게 힘을 주고, 말동무가 되어주기 위해 한 번이라도 더 기도해주러 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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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정 목사
 

힐링스병원 예배는 매주 30~50명이 모이고 있지만, 외부 성도 없이 100%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사실상 교회 운영이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병원 자체 내에서 원목실을 두고 운영하는 체제가 아닌 송희정 목사가 자원하여 교회를 세우고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기에, 병원으로부터의 지원은 장소제공뿐이다.

오로지 환자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섬기라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감으로 사역하고 있는 송 목사는 어려운 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감당하고 있다. 그녀는 “보호자들은 당장 천 원 한 푼이 아쉽고 어려운 이들이기에 예배에 나오라고 해도 헌금이 없어 죄송스럽다고 말한다. 그런 이들이 드리는 귀중한 헌금은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100% 선교하는 일에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희정 목사는 미국 공인 등록 간호사인 RN(registered nurse) 출신이다. RN 근무 당시 그녀는 신학을 공부해서 자신이 돌보는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교수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간호사로서의 일을 중단하고 세 명의 자녀들을 키우며 시부모님을 모시게 돼 그랜드캐년유니버시티에서 공부하던 신학을 잠시 중단하게 된다.

가정과 시부모님을 돌보며 살았던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고, 간호사 경험을 바탕으로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 12기로 입학해 훈련도 받았다. 훈련 후 그녀는 전염성 때문에 케어 하기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에이즈 환자를 돌보게 됐다.

그녀가 맡은 환자는 에이즈 환자 중에서도 가장 심한 말기 환자였다. 피부에서부터 시신경까지 에이즈 균이 침범해 시력도 잃고, 장기마다 전이되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40대 남성 환자를 돌보면서 그녀는 예수님을 보았다고 고백했다.

송 목사는 “전이가 심해서 정신까지 이상해졌던 환자는 밥을 먹여주면 밥상도 내팽개쳤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목욕, 면도 등 씻겨주고 먹여주는 것 밖에 없었는데도 너무 힘들더라”고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를 위해 기도를 하는데 고통스러워하던 환자의 얼굴이 예수님의 얼굴로 변하는 환상을 보았다. 그 때 주님은 ‘당신이 예수님이시라면 내가 못 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하는 믿음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송 목사는 “그 환자를 케어하면서 내가 더 은혜를 받았다”며 “그 때의 경험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까지고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으니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극진히 모셨던 시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송 목사의 남편은 송 목사가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고, 그녀는 광나루장신대 신학부와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목사 안수 받아 현재까지 사역하고 있다.

병원의 지원이나 후원 없이 어려운 가운데 헌신하는 송 목사의 사역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다. 그녀의 남편은 본 교회에서 5년 남은 장로 시무기간을 일찌감치 은퇴하고 송 목사의 사역을 돕고 있다.

열악한 사역 환경이지만 한 번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없다는 송 목사. 그녀는 “하나님이 사명 주시고, 건강 주시고, 활동할 수 있는 사역지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환히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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