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 그는 누구인가?

  • 입력 2015.05.14 12:3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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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같은 얘기이지만, 6.25한국전쟁 당시 우리 국군에는 초급 장교가 부족하여 짧은 기간의 교육훈련만으로 소위(少尉) 계급장을 달아주고 소대 지휘를 맡겨 전선으로 내보낸 일이 많았다고 한다. 말단 전투부대인 소대(小隊)를 지휘하다 보니 갓 임관되어 배치된 소위들의 희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늘 초급 지휘관인 소위의 인적자원은 부족하기만 했고, 그러니 자연스레 단기간의 교육훈련으로 소위 임관은 이루어졌고 그들의 희생은 늘어만 갔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소모품 소위’라는 용어였다고 한다.

 

참으로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 가운데 한 토막이다. 근자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발표한 ‘한국교회 부교역자의 사역현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부교역자들에 대한 처우는 가히 그 때의 ‘소모품 소위’를 연상케 할 만 한 부분이 있어 이를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성직자이면서도 특별히 한국 교회의부교역자는 경제적 가난에 대부분 기를 펴고 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도 사명감 하나로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 다음이 문제일 것 같다. 고용 불안의 문제이다. 도시 교회에서 시무하는 부교역자들의 경우 생활근거지 또한 도시지역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생계비가 만만치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교역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사례비를 받으면서도 장차 멀지 않은 장래에 담임 목회자가 될수 있다는 희망과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감 하나로 이를 감내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부교역자들의 79.8%가 겪고 있다고 답한 고용불안에 관한 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사역을 내려놓아야 할 때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답한 이가 14.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교회가 부교역자를 해고할 때 매우 비민주적 혹은 비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교회의 부교역자는 언제부턴가 담임 목회자의 입맛에 맞아야 하고, 담임 목회자의 종이 되어야 하며 언제든지 협의 없이 내쫓김을 당해야 하는 일종의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내가 부교역자 시절에는 그보다 더했다’는 식의 논리로 계속 이러한 관행을 대물림해 온 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 부교역자들로 하여금 사명의식의 약화현상을 가져온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부교역자들이 자신을 정의하는 말로 ‘종’이니 ‘머슴’이니 하는 자기비하의 말이 나오지 않도록 부교역자에 대한 신분적 자긍심을 심어줄 방안을 하루 속히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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