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의 결혼식

  • 입력 2015.05.21 15:2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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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일산기독교연합회 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예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을 자처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우리에게 엄격한 의례법도를 유산으로 물려주었습니다. 이 유산은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번거롭기도 하고 갖가지 허례허식의 폐단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한 웨딩 컨설팅 업체의 결혼 준비 만족도에 관한설문에서 기혼자 10명 중 7명이 ‘비용을 최소로 하겠다’(70%)고 답했으며 ‘이전과 비슷한 비용으로 준비 하겠다’(23.9%), ‘더 많은 비용으로 준비하겠다’(6.1%)는 의견도 있었다. 70%가 허례허식의 결혼식을 후회한다는 결론입니다.

 

사람들은 ‘평생에 단 한번 뿐인 결혼식’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청춘남녀는 화려한 결혼식을 꿈꿉니다. 드라마 속의 결혼식 모습이나, 연예인들의 화려한 결혼식은 젊은이들의 로망입니다. 그러나 현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주택 마련과 막대한 결혼 비용으로 인해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몇 년 전 저의 큰 딸의 결혼식은 친지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촐하게 교회에서 올렸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친지들은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를 했지만 나만이라도 세상 풍조를 따르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경조사에 참석했습니다.

 

주고받기로 하면 저도 알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조사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인 것을 잘 알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렀습니다. 며칠 전 둘째 딸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고 가족 중심으로 교회에서 경건한 예식을 진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신랑 쪽 집안에서도 따라주었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이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주일 예배를 드리고 이어서 곧바로 결혼식을 하였습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기사를 얼마 전 읽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어느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자신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청첩장을 받으면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쳐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결혼식장을 3곳이나 가야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푹 쉬어야 할 주말에 결혼식장을 전전하다 보니 몸도 피곤하지만 무엇보다 부담이 되는 건 축의금이었습니다. 한 곳당 5만∼10만 원씩 꼬박꼬박 내다보면 용돈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입니다.

 

직장인들 경조사비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축의금과 부의금으로 쓰는 돈이 만만치 않다 보니 이에 따른 직장 내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경조사비로 얼마를 내느냐가 친소(親疏) 관계를 가늠케 하는 기준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아 더 고민입니다. 결혼은 서로 축하하고 축하받아 마땅한 중요한행사지만 오늘날의 결혼식은 ‘눈치 보고 눈치 주는 결혼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는 나로서는 경조사가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경조사에 따르는 비용도 그렇지만 행사가 겹치기도 하고, 시간이 없는데도 가보아야 하고, 이름도 모르는 곳에서 수시로 날아오는 경조사 안내 문자는 마음을 번거롭게 합니다.

 

요즘은 경조사가 ‘주말마다 날아드는 또 다른 세금’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큰 문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조사가 세금으로 여겨지는 상황에 그리스도인들은 앞장서서 개혁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서구인들이 생각하는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아시아에서 무역 및 금융의 중심국가, 가장 부패가 없는 나라, 국가 경쟁력이 가장 높은 나라,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싱가포르입니다. 그러면 싱가포르는 어떻게 해서 이런 나라가 되었을까요? 어느 칼럼집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어느 관광객이 길을 지나다가 휴지 조각을 길에 버렸다. 그러자 길을 지나던 어린 학생이 재빨리 그 휴지를 주워서 그 관광객의 호주머니에 넣어주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갔다. 그 관광객은 충격을 받았고 자기 나라에 돌아와서 휴지를 길에 내버리는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았다.”바로 이 어린 학생 한 사람의 ‘나 하나라도’라는 생각 때문에 싱가포르 온 나라가 깨끗해질 수 있었고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이 중요합니다. ‘나 한 사람 쯤이야’라는 생각이 나라를 망치고, ‘나 한 사람이라도’라는생각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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