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성폭력 은폐, 피해자 더욱 병든다

  • 입력 2015.06.01 16:38
  • 기자명 강원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성중심·가부장적 교회 관행이 성폭력근절 막는다

 

교회 내 성폭력.jpg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박득훈 방인석 백종국 윤경아)가 5월2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교회 성폭력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교회 성폭력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조중신 센터장(한국성폭력위기센터)의 사례분석에 따르면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성직자인 가해자를 비호하는 주변 사람에게 ‘성직자를 유혹했다’ ‘시험에 들게 했다’ ‘교회를 파괴시키려는 사탄이다’ 등 강력한 비난과 배척을 받고 있는 실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C교회의 여신도 A씨는 신앙상담을 위해 목양실에 들렀다가 담임 교역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 A씨는 큰 충격으로 인해 저항하지 못했고, 뒤늦게 문제를 인식하고 피해 사실을 고백했을 때는 담임 교역자를 따르는 신도들에 의해 ‘교회에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종용을 당했다.

조중신 센터장은 “이렇듯 상담 현장에서 접수된 교회 내 성폭력은 대부분 성직자가 가해자, 성도가 피해자·하급 성직자·교회 직원인 경우”라며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폭력과 위협보다는 유인과 위계가 상당부분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센터장은 “어쩌면 교회 내 사건은 고소나 상담으로 드러난 사건보다 드러나지 않고 은폐되어 있는 사건이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고 있다”며 “교리를 이용해 성적 접촉을 정당화하고, 병의 치유를 빙자해 안수·구마행위, 개인신상에 관한 상담 과정에서 교묘히 이뤄지므로 피해 당시에는 피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혼란스러울 때 혼자서 힘들어 하지 말고 주변에 지지해줄 사람을 찾아 도움을 청하라”면서 “교회 내에 지지해줄 사람을 찾을 수 없거나 내부에서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면 외부 전문성폭력 상담소(1366)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교회, 성폭력 피해에 왜 취약한가’를 주제로 발표한 최순양 박사(이화여대)는 교회 내 성폭력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피해에 대해 적절한 대응시기를 놓치고 은폐하려고 하고, 목회 성공률에 대한 미련으로 두둔하려고 한 태도”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태도가 피해자들을 더욱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약자를 존중하고 강자를 바르게 하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신앙을 간직해야 한다”며 △교회에서의 여성의 족속적 지위- 목회자의 스타의식 △여성상 △남성 중심적 성서해석, 남성적 하나님 등의 교회 풍조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교회는 성폭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교회 내 성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임 목사는 “교회의 개혁은 제도만이 아닌 공동체 문화와 인식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교단의 정책을 무한정 기다리기보다, 정의를 실현하고 평화를 갈구하는 교회 공동체들이 연합하여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 목사는 “나아가 각 교단마다 목회자 교육 과정에 성 평등을 비롯해 성폭력 예방교육이 필수 과정으로 포함되어야 한다”며 “남성 중심적, 가부장적 교회의 관행들이 하루 빨리 깨져 한 사람의 영혼과 삶을 파괴하는 성폭력 근절을 이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