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믿음의 터 삼일교회 철거 위기

  • 입력 2015.07.06 07:58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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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삼일교회(하태영 목사)가 재개발조합의 소송과 은평구청의 묵인으로 철거 위협에 당면해 있다.

1977년 설립돼 40여년간 교회로서 존재해 온 삼일교회는 ‘등기부상에 종교부지가 아니’며 ‘현 건물이 가설건축물’이라는 근거로 교회로 인정받지 못해 쫓겨날 지경에 처한 것이다. 더욱이 재개발조합은 삼일교회를 쫓아내기 위해 서부지방법원에 공탁금을 걸고 건물명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7월 중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에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는 ‘삼일교회 존치를 위한 서울노회 대책위원회’(위원장 박승렬 목사, 이하 대책위)를 조직하고 관계기관 진정 및 항의방문 등으로 활로를 찾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5일 삼일교회당에서는 기장 서울노회 통일사회부 주관으로 ‘삼일교회 존치를 위한 특별기도회’가 개최됐다.

이날 기도회는 서울노회뿐 아니라 기장 총회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참석해 교회 존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대책위는 특별기도회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구어 온 삼일교회가 재개발 광풍에 휩쓸려 사라지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주님의 몸인 교회를 지키는 일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서울노회 노회원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삼일교회 부지가 ‘대지’라는 이유로 교회임을 부정하고 철거하겠다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라며 “삼일교회가 철거되어 쫓겨나도록 결코 방치할 수 없다. 어떻게든 현 지역 내에 존치시킬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서울시내 구 도심지역에서 40년 이상 역사를 지닌 교회들 대부분이 등기부상에 ‘대지’로 등재되어 있는 현실”임을 명시하고 “종교부지라는 지목은 신도시 개발 등에서 보편화된 것이다. 삼일교회 부지가 ‘대지’라는 이유로 교회임을 부정하고 철거하겠다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삼일교회는 1977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삼일교회’ 명의로 현재의 부지를 구입하여 지난 40여 년 동안 교회로 사용해 왔다. 관할 구청에서도 교회임을 인정하여 땅과 건물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소유권이나 지난 역사가 그곳이 삼일교회임을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교회를 부인하는 것은 손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같다”고 질타했다.

현재 삼일교회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요인 가운데에는 현재 건물이 가설건축물이라는 데 있다. 1977년 매입한 교회당이 낡아서 2007년에 은평구청의 허가를 받아 대수선하는 중에 허물어지게 되어 불가피하게 새롭게 건축했으나, 구청에서는 재개발지역이라는 이유로 가설건축물로 승인한 것. 이것이 올무가 되어 가설건축물이라는 이유로 교회의 건물은 고사하고 땅에 대한 재산권마저 침해하여 일방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취해 대책위는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대책위는 “서울시는 재개발시에 지역내 종교시설은 존치하도록 내부지침을 마련하여 타 조합에서는 교회를 존치하도록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은평구청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는 종교 탄압이며 명백한 업무태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노회는 삼일교회가 철거되어 쫓겨나도록 결코 방치할 수 없다. 어떻게든 현 지역 내에 존치시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재확인하고 “삼일교회 존치를 위한 서울노회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특별기도회와 노회원들의 서명, 관계기관에 대한 진정 및 항의 방문 등의 활동을 하고자 한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지키는 일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특별기도회는 이재산 목사(통일사회부장)의 인도로 김유준 목사(서은시찰장)가 대표기도하고, 김병국 목사(혜림교회)가 학개서 2장1~9절을 본문으로 ‘스스로 굳세게 하여 일할지어다’ 제하의 말씀을 전했다.

김 목사는 “스스로 굳세게 하라는 말씀 안에는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하나님의 영이 우리 가운데 머물러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신다. 이 성전의 나중 영광이 이전 영광보다 크리라고 하시며 이곳에 평강을 주겠다고 만군의 여호와가 말씀하셨다”면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믿고 간구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곳은 하나님의 집이기에 하나님이 주관하시고 역사하시고 책임지신다. 하나님이 역사하기 전에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스스로 굳세게 하라는 말씀”이라며 “하나님 앞에 우리의 삶을 온전히 맡겨드리고, 이 모든 것들의 주인 되심을 다시 한 번 기도와 믿음으로 고백해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굳세게 하여 믿음의 자리에 선 순간 하나님은 일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교 후에는 정재훈 장로(서울노회 장로부노회장)와 이희복 권사(여신도회 서울연합회장)가 특별기도를 인도했고, 강석찬 목사(증경노회장)의 축도로 기도회 순서를 마쳤다.

예배에 이어서는 박승렬 목사(서울노회장)의 인사말, 하태영 목사의 경과보고, 이길수 목사(기장총회 부총무)의 인사말, 인영남 목사(서울노회 총무)의 알리는 말씀으로 진행됐다.

박승렬 목사는 “힘들 때 서로 격려하고 손을 맞잡을 수 있어야 한다. 서울노회에서 뒤늦게 삼일교회의 어려움을 듣고 대책위를 조직했다. 전 노회의 일이고 전 종교의 일이다. 힘껏 돕고 함께 하겠다”면서 “재개발이라는 탐욕의 가치 앞에서 진리의 가치가 훼파되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 삼일교회가 이 자리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계속 선포할 수 있도록 노회 차원에서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하태영 목사는 “우리교회는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처음부터 존치를 요구해왔다. 존치가 정 불가능하면 똑같은 조건으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존치는 불가능하고 현금 받고 나가라고 강요받고 있다”면서 불합리함을 토로했다.

또 “8월 말까지는 남아있는 주민들 다 내보내고 철거하는 작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과 관청이 하나 되어 견딜 수 없도록 밀어붙이고 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국가인가 의혹이 들 정도로 조합과 건설사의 이익을 위해 주민들의 사유재산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교회를 만만하게 보고 공익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난폭한 행태에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길수 목사는 “총회가 연말부터 조합과 관할구청, 서울시 등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 결과가 아직 좋지 못해 무겁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절대로 절망하지 말고, 오늘 설교말씀처럼 우리 스스로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믿음을 갖고 스스로 서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격려하고 “총회에서는 교회와사회위원회 모든 위원들이 이 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총회가 가능한 모든 일을 동원해서 아픔을 극복하는 일에 함께하고자 한다. 교회 식구들이 총회와 힘을 합쳐 반드시 승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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