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위원회 대형집회 꼭 필요한가

  • 입력 2014.05.29 09:43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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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를 중심으로 한 인사들이 지난 22일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모임을 갖고 ‘세월호 참사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위원회’(이하 한국교회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교회위원회는 이날 김삼환 목사를 위원장으로 세우고, 한국교회 교인들을 상대로 모금을 진행하여 차후 2년간 피해자와 가족, 친지 등을 위한 돌봄 캠페인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26일에는 실무회의를 통해 오는 6월1일 오후7시 명성교회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한 대규모 기도회를 갖기로 했다. 개교회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모금을 전개할 계획도 수립했다.

하지만 이 위원회가 한국교회 공교회 조직과는 거리가 먼 사적 성격의 조직이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지원을 위한 모금을 혼선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한국교회위원회가 교인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모금활동을 펼침과 동시에 재단을 구성해 상시적인 ‘연합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모임에는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을 비롯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한국장로회총연합회, 안산시기독교연합회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한교봉을 제외하고는 각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 아니어서 개인적 참여의 성격이 짙다.

특히 예장백석 외에는 현직 교단장들이 아닌 전직 교단장들이어서 최근 세월호 참사 관련 기도회 등의 프로그램을 가진 ‘교단장협의회’와 대립하는 단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 위원회는 교단장협의회에 합류했던 김삼환 목사 등이 이곳에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자 별도의 조직을 구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친목수준의 모임을 가져오던 예장통합과 합동, 감리교 교단장들은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지난 5월 초 모임을 갖고 ‘교단장협의회’를 구성하는 한편 기도회와 모금 등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감리회본부에서 가진 5월 초 첫 모임에는 교단장들 외에도 김삼환 목사 등 단체 대표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 자리는 교단이 공식 대표를 파견하는 연합기구를 통한 것이 아니라 교단장이나 몇몇 단체장들 개인 차원의 모임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삼환 목사는 10만여 명이 모이는 대형집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으나 조용히 기도하면서 유가족의 슬픔을 공감하며 위로하자는 교단장들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단장협의회는 결국 안산에서 첫 기도회를 가진 이후 2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금식기도회를 개최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교단장들이 아닌 김삼환 목사 등이 참여하는 ‘교단장협의회’를 둘러싸고 그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교단장들은 김삼환 목사의 인사 순서를 취소하고 순서자를 확정했다.

그리고 금식기도회가 열린 이튿날 아침 한국교회위원회가 조직됐다. 교단장협의회에서 배제되니 새로운 조직을 급조하고 별개의 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6월1일 기도회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순수하지 못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이 불교와 천주교 행사에 참여해 슬픔을 나눴지만 개신교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취지이지만, 유가족이나 국민들을 위로하자는 목적은 간 데 없고 대통령을 초청하기 위한 행사라는 비난에 직면한 것이다.

아울러 대형집회 등 이벤트성 행사에 치우쳐 희생자 돕기라는 목적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모금의 투명성과 용처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되는 등 여러모로 시끄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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