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극일(克日)이 필요하다

  • 입력 2015.08.20 15:48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이가 50 중반 이상인 사람들이라면누구나 어렸을 적에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 가운데는 무궁화 꽃을 바라보거나 만지기만 해도 눈병에 걸린다는 참으로 말도 안 되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알게 모르게 이와 비슷한 편견이아직도 잔재해 있는 것 같다. 별 이렇다 할 문제가 없음에도 새로 만들어지는 공원이

나 개인의 저택에 무궁화나무를 심는 것을 거의 본 일이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을 천시하거나 기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을 얘기할 때면 으레 무궁화를 든다.

 

나라를 상징하는 꽃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심고 가꾸며 가까이 할 것 같은데 실상이 그러하지 않다는 것은 나라를 상징하는 꽃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이 적다는 얘기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무궁화를 나라꽃이라고 법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항변도 더러 한다. 매우 오랜 세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 온 무궁화를 아직까지 나라꽃으로 법제화 하지 않은 대한민국 국회가 문제가 많은 집단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무궁화를 우리 꽃이라 하면서도 특정 행사 때 말고는 늘 푸대접하는 지금 우리의 정서가 결코 정상이라 말하기는 곤란해 보인다.

 

지금과 같은 지구촌시대에 더러 편협한국수주의(國粹主義)의 사고가 아니냐는 핀잔도 적지 않겠으나 솔직히 말해서 우리 국민들이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로 인식하고 적지 아니 적대감을 갖고 있는 일본의 꽃으로 알려진 벚꽃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과 환호는 도에 지나칠 정도이다. 전국을 다 살펴봐도 봄이면 넘쳐나는 것이 벚꽃축제이다. 근자에 들어 지자체마다 벚꽃축제가 열리지 않는 시나 군이 없을 정도이나 무궁화축제를 여는 곳은 그저 손을 꼽을 정도이다. 그나마 우리 국민들 중 무궁화축제가 있다는 사실조차모르는 이들이 절대다수이니 누굴 탓해야할지 모르겠다.

 

일제로부터 주권을 찾은지 올해로 벌써 70년이 지났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는 마음속 광복은 이루지 못한 느낌이다. 광복절 단 하루만 태극기 달고 만세 부른다고 국민들의 의식까지 광복을 이룬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축구나 바둑에서 일본에 이긴다고 극일(克日)을 이루는 것 아니다. 국민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완전한 극일이 될 것이다. 감정이 실린 반일(反日)보다는 슬기로운 극일이 필요해보인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