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규명에 종교계 마음 모아달라”

  • 입력 2014.05.31 11:2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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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대표 7인이 5월30일 기독교대한감리회본부를 찾아 정부와 정치권이 신속하고 정확한 진상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질타해 줬으면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감리교는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에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진다는 방침을 밝히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진상조사를 촉구하겠다고 전했다.

유가족측은 “조용히 지켜보며 정부에서 알아서 하는 줄 알았는데 결론은 이런 식으로 여야가 핑퐁게임이나 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 뿐만아니라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우리 유가족들이 정치적으로 밥그릇싸움 하는 걸로 비춰지고 있다”며 “종교계가 이런 부분에 있어 정부와 국회에 질타의 말씀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에 전용재 감독회장은 “정부에서도 조속히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원칙은 가지고 있지만 속 시원히 빨리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시 한 번 청와대나 국회에 공식/비공식 통로를 통해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31일 아침에 9개 교단장들이 모임을 갖는다”며 “여러분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교단장들의 공동명의로 청와대나 국회에 서신을 보내는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유가족들은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를 기다리는 동안 서울역과 영등포, 여의도 등지에서 서명을 받았다고 밝히고,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사람들이 벌써 많이 잊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유가족들은 “부모들이 나서서 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는지에 대해 이해해주면 좋겠다. 우리가 서명을 받는다고 해서 이미 죽어버린 아이들을 다시 살려낼 수는 없지만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진상규명을 하여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밝혀내 하나하나 고쳐가야 한다”면서 “우리 서명운동으로 인해 다른 부모들이 이런 힘든 일을 겪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힘든 몸을 이끌고 서명을 받으러 다닌다. 목회자분들이 이런 것에 대해 성도들에게라도 설명을 해주시고 이해시켜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어 “아이들은 기성세대로 인해 죽었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와 나라가 변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아이들이 죽은 것은 마음 아프지만 우리나라가 바뀔 수 있다면 그걸로 위안을 삼고 싶은 솔직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또 “아이들이 살아있는 것을 안 첫날부터 정부가 우리의 눈과 귀를 다 가렸다. 언론이 딴 소리만 하고 전 국민이 언론에 속았다”며 “정부는 모든 것을 덮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여야 정치권은 우리를 가리고 진상을 비호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성토했다.

이에 전용재 감독회장은 “오늘 기독교계 기자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유가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상을 왜 밝혀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인지 기독교계 언론이 부각시키면 좋겠다”며 “국민들이 유가족들의 행보를 오해하지 않도록, 진실한 마음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오늘 어머니들의 말씀을 듣다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상이 규명되어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마음을 모아주는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 이를 깊이 인식하고 교회가 앞장설 수 있도록 우리 나름대로 대책들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변화는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신앙인으로서 이번 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정부나 사회가 바르게 갈 수 있도록 종교적인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유가족 가운데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교회에서도 우리 눈을 못마주치고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교회의 지도자 목사님들의 실언으로 치유받기 힘든 상처들을 받고 있다”며 “교단을 따지지 말고 목사님들의 이러한 실언이 자제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전 감독회장은 “성직자들이 참 조심해야 할 때인데 발언의 진의는 없어지고 말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며 “감리교부터 목회서신의 형식으로 세월호와 관련해 세상 사람들에게 오해받을 만한 발언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다른 교단들에도 이를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에 종교계가 힘을 모아주길 바라며 조계종과 가톨릭에 이어 개신교에서는 처음으로 감리교를 찾아 면담을 요청했다.

이날 감리교에서는 감리교 세월호 대책위원회 실무진으로서 전용재 감독회장과 송윤면 행정기획실장, 태동화 선교국총무직무대리, 정현범 교육국총무직무대리, 선철규 사회평신도국총무직무대리 등 5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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