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뜰 편지(6)

  • 입력 2015.08.27 15:0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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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선 목사 (암환자쉼터사랑뜰)
[프로필]

노인 분들의 암 치료 - 진정한 효도는 무엇일까? 2

 

더 이상의 치료를 중지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나의 말에 마음을 굳힌 어르신이 며느리에게 바로 내려가자고 채근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르신을 보내면 언제 또 보게 될지 몰라 붙잡았습니다. 이분을 잠시라도 만나게 하신 주님의 뜻이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천주교 다니신다면서요? 영세명이 어떻게 되세요?” “예, 할멈이 하도 믿으라고 해서 다니긴 하는디…, ‘루까’여유.” “루까 할아버지, 댁으로 가셔서 재미있게 잘 사시면 수술도 잘되셨으니 나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근데 암에서 낫는다고 다시 안 돌아가시나요?”“죽지, 왜 안 죽겠어요?” “그럼 이 담에 돌아가시게 되면 하나님 계신 천국에 가셔야 할 텐데 가실 수 있겠어요? 거긴 죄가 한 톨도 없는 사람만 갈 수 있는 곳인데요.” “아 난 죄가 없어유. 죄 안 짓고 살았으니께유.

 

”노인의 자신 있는 태도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는 죄가 무엇인지, 하나님 기준의 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간단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그렇담 저는 못 가겠네유.” 하십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저는 예수님 때문에 갈 수가 있어요. 할아버지, 예수님께서 왜 십자가에서 죽으셨는지 아세요?” “글쎄유, 죽을 때 되니까 죽었겠지유.”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다시 예수님의 죽음에 대해서 알려드렸습니다. 예수님이 왜 죽었고, 어떻게 죽었으며, 그 죽음이 노인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간단하게 말씀 드리니 아주 경청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동안 성당에 다니면서 들어온 것들이 조합이 되는 듯했습니다.

 

결국 노인은 예수님의 죽음이 내가 받아야할 죄 값을 대신 갚아주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였습니다. “루까 할아버지가 믿는 예수님은 할아버지의 마음속에 살아계셔서 언제 어디서든 할아버지와 함께 하실 거예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도록 도와주실 거구요. 죽는 순간까지도 할아버지 손 붙잡고 천국으로 인도하실 거예요.” “감사해유. 아줌니 말을 들으니 이제 잘 알 것 같네유. ”노인을 만나서 나는 두 가지 일을 했습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확신시켜드린 일과 방사선치료를 포기시켜 내려가게 하신 것입니다. 전자에 대해서는 당연히 잘했다는 확신이 들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의료인이 아닌 나의 조언이 지금도 과연 잘한 일일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지난 16일 EBS의 ‘명의’라는 프로그램에서 강윤구 교수(아산병원 종양내과 전문의)가 하는 말을 듣고는 잘 한일이라고 맘을 놓았습니다. 강윤구 교수는 일반 항암제와 표적 항암제의 효과에 대해서 설명하던 중 “4기암에 있어서 일반항암제의 효과는 환자의 기대수명에서 1달 내지 1달 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도이고 표적치료제는 4달 정도 생명연장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을 했고, 방송국 측에서는 친절하게 자막까지 넣어 주었습니다.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항암제 효과에 매우 회의적이었던 터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강 교수는 표적항암제의 4개월 생명연장이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평균치이겠지요. 어떤 분은 잔여수명기간보다 1년 이상 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항암 중에도 돌아가실 수 있고, 3~4개월 안에는 돌아가셨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쉽다고 하는 위암의 사례였으니 어려운 암은 더 힘들겠지요. 루까 할아버지가 집에 가셔서 얼마나 더 사셨는지는 모르지만, 효심 깊은 자녀들의 후회 없는 효도를 받으시고 남은 시간 평안한 삶을 사셨으리라 믿습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자녀들의 효성으로 서울까지 왔다가 사랑뜰로 인도되시어 마지막으로 구원의 확신을 가지시고 집으로 가셨으니 자녀들은 가장 큰 효도를 하게 된 셈이라고 자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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