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로 우리가 얻은 것들

  • 입력 2015.09.03 13:40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북한은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도발에 대해 한국의 자작극이라며 오리발부터 내밀었다. 진작부터 익숙히 보아왔던 전형적 남남갈등 부추기기 전략이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일이지만 연평해전을 비롯하여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이은 전형적인 우리의 안보 흔들기 전략이자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을 야기하고자 하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전략이었다. 목함 지뢰로부터 촉발된 남북 간의 충돌은 포격 도발로까지 이어져 일촉즉발의 위기에까지 이르렀으나 결국북한은 그 의도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회담’의 카드를 뽑아 들었다. 여기서 우리가 꼭 의미를 짚어봐야 할 대목이 몇 가지 있다.

 

이번 북한의 도발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이며,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결과론적으로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 우리의 소득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북한으로부터 얻어낸 공식 유감표명일 것이다. 남북분단 70년 동안에 걸친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은 헤아리기조차 벅찰 정도이나 이번과 같은 공식적인 유감표명은 불과3~4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 그만큼저들의 억지 주장과 오리발은 이제 그 도를 넘어선 지 오래이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는 적반하장으로 일관해 왔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북한이 저지른 크고 작은 도발이 수차례, 결코 적지 않았으나 이번에 우리 군이 보여준 대응은 이전과는 달랐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이른바 ‘햇볕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북측에서 공격하지 않으면 선제공격하지 말라’고 내린 교전수칙은 결국 우리의 아까운 장병들의 목숨을 희생 제물로 바꾼 측면이 결코 작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고도 결코 남북관계는 그리 편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햇볕정책이 북에 보낸 적지 않은 선물 보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가 받은 답례는 그들의 핵폭탄을 등에 업고 날뛰는 공갈과 협박, 그리고 도발이었다. 보다 큰 문제는 결과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땅에는 아직도 ‘주사파(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무리들)’의 환영(幻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종북 세력들과 정치권에서 암약하고 있는 일부 급진좌익 인사들의 망동(妄動)이다.

 

이번에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어김없이 나타나 갈등을 부추기는 언동을 자행한 자들이 있었다. 경기도의 어느 기초자치단체의 장(長)은 이번 포격사건이 마치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듯 한 헛소리를 흘리며 은근히 북한 편을 드는 어처구니없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늘 그랬듯이 이번 목함지뢰 폭발이 ‘남한군의 모략극’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참으로 많은 것을 확인하고 얻는 계기가 되었음을 기억 할 필요가 있겠다. 그 첫째가 남과 북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갔으나 우리 사회의 동요(動搖)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늘 일만 터졌다 하면 설쳐대던 유언비어가 사라진 것이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북한의 전쟁 협박에도 생필품사재기와 같은 사회적 불안감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모두가 마음 뿌듯해했다. 그리고 더 큰 수확은2030세대의 새로운 안보관을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전역을 코앞에 둔 장병들이‘전우들을 남겨놓고 나만 빠져나갈 수 없다’며 앞 다투어 전역을 연기하는가 하면,2~30대 젊은 예비역들이 ‘나라가 부르면 달려가겠다.’는 의지에 찬 글을 각종SNS에 올려 국민들의 마음을 흐뭇 하게했다. 이번의 목함지뢰 폭발로 신체의 일부를 잃고 병상에 누운 장병들의 ‘당장이라도 부대로 복귀하고 싶다.’는 등의 말은 위로 받아야 할 그들로부터 되레 국민 모두가 위로 받기에 충분하다. 참으로 눈물겨우면서도 마음 든든하기 이를 데 없다. 이제 바라기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여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권력의 맛을 알고 돈에 길들여져 아직도 사리분간을 못하고 여전히 정치권 주변을 맴돌며 북한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몰지각한일부 세력들이 이제는 뉘우쳐도 될 때가아닌가 한다. 우리는 분명히 이번 사태를 통하여 소중한 것들을 많이 얻었다. 남과 북의 대표단이 협상테이블에 앉아 얻어낸 결과물보다 훨씬 훌륭한 것들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