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뜰 편지(7)

  • 입력 2015.09.10 10:1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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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선 목사.jpg
조경선 목사 (암환자쉼터사랑뜰)
[프로필]

금년이 암환자들의 사역, 그리고 무료자율쉼터 운영 만 10년이 됩니다. 때론 힘들고 낙망될 때도 있었지만 사랑뜰 교회로 찾아와 주신 주님을 만난이후 그 분 의지하고 걸어올 수 있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암환자들의 친구교회’라는 모토를 내걸고 항암치료를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무료 쉼터를 연 지 1년 반이 지날 무렵 어느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더욱 두려움에 마음이 떨려오고 안절부절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전 내내 주님께 대들 듯 하소연하듯 투덜거렸습니다.“ 주님 이게 뭔가요? 이런데도 정말 이 쉼터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이러다 망하면 어떻게 해요? 주님 일 한다 떠들어놓고 망신만 당하는 건 아닌가요?”쉼터를 시작하면서 가족의 합의하에 교사 남편의 월급 전부를 딱 일 년 만남을 위해 사용하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도 후원금이나 헌금으로 유지가 되지 않는다면 쉼터를 닫기로 하고…. 그러기 위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먼저 후원을 부탁하지는 않겠다는 굳은 결심도 했습니다. 그럼에도1년이 넘도록 쉼터 문을 닫을 수 없었던 것은 딱 1년이 되는 날, 신기하게도1004라는 가명으로 누군가가 한 달 치 임대료만큼의 후원금을 보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후원통장에 조금씩 후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운영자금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어서 계속 남편의 월급에 의존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반년이 더 지나자 가족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았고, 사명에 대한 확신도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에게 학비마저 제때 마련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을 조여 왔고 예의 그 날은 주님을 부여잡고 한나절 이상 중얼거렸습니다.“

 

주님, 무료쉼터 하다가 망하면 어떡해요. 이런 일은 재벌이나 하는 거지우리 같은 서민이 하는 게 아닌데, 제가 대책도 없이 무모한 일을 벌였나 봐요. 언제까지나 남편만 의지 할 수는 없는데…. 이럴 바에야 차라리 1년 되는 바로 그날 1004를 시켜 후원금을 보내주시지 않았다면 쉼터 문이나 닫았을 거 아녜요… 아아, 주님 어쩌면 좋지요?”두려움과 조바심에 차서 이리저리 뱅뱅이 치다가 거실 소파에 누워 잠시쉬려는 순간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조 전도사야, 누가복음 10장에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있잖니? 그거 찾아서 읽어보아라.” “그건 왜요? 그건 골백번도 더 읽어봤는데… 저더러 그 사마리아인같이 살라는 말씀인가요? 교회 창립예배 때도 감리사님이 사랑뜰교회는 아픈 사람들을 위한 주막 같은 교회가 되라고 하더니…. 근데 지금은 그곳을 읽어볼 마음이 안 드네요.” “그러지 말고 다시 한 번 읽어 보거라.”부드럽고 따뜻한 음성이 나를 채근했습니다. 내키지 않았지만 누가복음10장을 펴고 25절부터 읽어 내려갔습니다.

 

어차피 읽기로 했으니 이왕이면 이냐시오 성경읽기 방법을 취하기로 하고, 난생 처음으로 성경을 보는 듯 성경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율법교사와 예수님의 대화를 들어보았습니다. 어느 율법교사가 주님께 찾아와 묻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을 수 있겠소?” 예수님이 대답하십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당신 이웃을 사랑하시오.”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 예수께서 그 유명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어느 곳에 강도 만나 죽게 된 사람이 있었소. 마침 제사장과 레위인이 그곳을 지나다가 그를 보았지만 못 본 척 피하여 지나가버렸소. 그러던 중 그곳을 지나던 한 사마리아 사람이 그 강도 만난 사람을 보고 불쌍히 여겨 응급처치를 해주고 자신의 나귀에 태워 주막으로 데려갔지요. …”이곳까지 읽고 있을 때 문득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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