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이즈의 날, 말과 구호로는 안 된다

  • 입력 2015.12.01 08:46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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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은 제28회 ‘세계 에이즈의 날’ 이다. 1988년 1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보건장관회의에 참가한 148개국이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정보교환, 교육홍보 및 인권존중을 강조한 런던선언을 채택하면서 유엔은 12월1일을 ‘세계 에이즈의 날’로 제정했다.

AIDS(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는 세계 역사상 인류를 가장 괴롭힌 10대 질병 중에 하나이다. 유엔의 에이즈 전담기구인 UNAIDS에 의하면 에이즈가 1981년 미국에서 알려진 이후 전 세계에는 지난 2014년 말까지 3690만 명이 AIDS에 걸린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해마다 신규 감염자가 200만 명 이상에 달하고, 사망자만 120만 명에 이른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가 전 세계의 70%로 258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은 1985년 첫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이 신고 된 이후, 1987년부터 ‘후천성면역결핍예방법’을 도입하여 에이즈 청정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 해 말 기준으로 에이즈 감염인의 누적 감염인 숫자는 이미 1만1500명을 넘었다. 매년 신규 감염자 수도 1000명을 넘어서 작년에는 1081명에 이른다.

문제는 신규 감염자 중 남성이 94%로 1016명인데 비해, 여성은 6%로 65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에이즈 발생의 상당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웅변하고 있다. 특히 신규 감염인의 나이가 20~3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의 에이즈 감염자의 91.7%는 남성이다. 또 남성의 상당수는 남성 간 성적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를 정확히 조사/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이웃 나라의 일본의 경우, 동성 간 성 접촉으로 인한 에이즈 감염이 64.2%로 나타났고, 미국의 경우, 2011년 젊은 남성의 HIV 감염경로를 살펴보니, 13~19세 사이는 동성 간 성접촉이 92.8%, 20~24세 사이는 90.8%로 나타나, 남성 간 성접촉(동성애)이 에이즈 감염의 중요원인으로 나타났다.

12월1일 제28회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각 보건소를 중심으로 ‘Getting To Zero(신규 감염 제로,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제로, 편견·차별 제로)’를 주제로 ‘Red Ribbon Day’ 등 각종 이벤트와 에이즈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이하 동성애대책위)는 질병관리본부의 에이즈의 날 캠페인을 보면 에이즈 퇴치에 대한 의자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작 에이즈의 주요 감염원인인 동성 간 섹스의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없애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Red Ribbon’ 달기, 콘돔 사용, 조기 검진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동성애대책위는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가 정말 에이즈를 제로로 만들기 원한다면 인권이라는 가면을 벗고 정직해져야 한다면서 시급히 시행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동성애대책위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나라 남성 동성애자와 에이즈의 밀접한 관련성을 정확히 조사하여 알리고 예방을 위한 홍보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에이즈 감염인을 조사할 때 감염 경로에 대한 정확하고도 세밀한 조사를 해야 하며, 그 통계를 발표할 때 에이즈 급증의 원인 등의 분석자료도 자세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언론보도를 통해 에이즈의 원인, 동성애와의 관련성 등을 솔직하게 보도해야 한다”며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동성애와 에이즈, 그로 인한 여러 가지 개인적 사회적 비용과 피해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1987년부터 에이즈 예방과 치료를 위한 법률이 잘 만들어져 운용되다가 2008년 3월21일 법률개정(법률 제 8940호)에 의해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보호, 익명검사제도, 개인정보 보호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조사와 통계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런 잘못된 법률제도도 신속히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성애대책위는 “제28회 세계 에이즈의 날이 말과 구호로만 그치는 이벤트성 기념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도 에이즈를 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또 이에 대한 공포심에 살고 있는 사람, 그리고 선량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부와 인권의 굴레에서 벗어나 에이즈가 무슨 원인으로, 무슨 경로를 통해 어떻게 번지느냐의 정직한 토대를 만드는 것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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