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정, “만인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 입력 2014.06.20 17:0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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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 백성의 공동체적 개념인 ‘교회’는 단순한 개인들의 모임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상호봉사를 통해 결합된 포괄적인 공동체 구성원을 의미한다.

교회는 특정 혹은 불특정 다수의 성도들이 드리는 헌금을 운영의 기초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헌금을 드린 성도들은 대개 자신의 헌금이 어디에 얼마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교회의 재정 비공개 현상은 정당한 것일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주식회사들은 출자한 주주들이 이사들에게 경영을 위임한 후 결산서를 보고 경영을 평가하고 계속 경영을 위탁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한다.

기업과 교회가 결코 동일시될 수 없지만 믿음으로 하나님께 드린 헌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헌금을 드리는 주체가 알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통념일 것이다.

이 경우 위탁자는 일차적으로 하나님이고, 이차적으로는 교회의 구성원인 성도들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회는 이차적 위탁자인 교회 구성원들에게 재정보고와 공개를 해야 하고, 일차적 위탁자인 하나님 말씀 앞에서 청지기로서의 관리결과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공개해야”

그렇다면 교회가 재정을 공개하고 보고하는데 있어 어디까지 보고해야 할까.

지난 18일 열매나눔재단 나눔홀에서는 ‘재정공개 실현과 과제’ 좌담회가 열려 건강한 교회재정운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누구에게 교회재정을 공개해야 하는지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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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좌담회에 앞서 ‘교회재정 공개의 의미’라는 주제로 발표한 삼화회계법인 최호윤 회계사는 구제비 지출, 장학금 지급 등 개인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한 경우 외에는 모두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재정공개는 공개되는 정보를 보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공개되는 정보가 가지는 질적 속성에 대한 이해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거래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재정공개 정보 이해차원에서 부족하며, 발생한 일련의 재정적 사건들이 가지는 총괄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야 한다”면서 “정보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결산서의 숫자적 표현으로 부족한 속성적 정보들을 추가적으로 첨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계사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 백성들의 신앙공동체로서 세상을 향한 영적 부담감으로 예비적 구원을 고려한다면 교회의 재정을 교회 구성원을 넘어 일반 공동체에게까지도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계사는 우선 “재정보고는 교회의 사역 결과를 숫자라는 언어로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교회 재정이 공동체 이상구현이라는 맥락에서 신앙공동체뿐만 아니라 일반 공동체의 필요를 위해서도 사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재정관리 결과 또한 일반공동체에 공개됨으로 일반공동체가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보며 신앙공동체로 나아오도록 한다는 점에서 재정공개가 가지는 구속사적 의미는 중요하다”고 교회 재정관리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공동체의 동의하에 재정 집행되는 구조

최 회계사는 교회가 재정을 공개할 경우 계속되는 이의 제기에 사역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도 공동체적 가치를 들어 교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제시했다.

그는 “교회의 의미가 공동체적 구성원의 집합체라는 관점에서 구성원들이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교회가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내 힘 있는 개인 또는 일부 집단이 하는 것이며, 소수가 교회의 이름으로 다수 교인들의 청지기적 사명을 강탈하는 것”이라며 “서로 의견이 다르고 이해의 깊이가 부족하더라도 좀 더 강한 사람이 좀 더 약한 지체들이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설득하고,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바로 사랑으로 더불어 같이 가는 공동체로서 가져야 하는 교회의 모습”이라고 제안했다.

최 회계사는 또 “재정적인 문제가 있을 때 드러내기보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을 앞세워 덮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을 사랑의 미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경계했다.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히 검토하고 시시비비를 가린 이후 잘못에 대한 회개와 개선이 있을 때 공동체가 포용하면서 수용하는 것이 바른 사랑”이라며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덮기만 하면 본인이 하나님 앞에서 회개해야 할 죄의 문제를 하나님을 대신해서 인간들이 면죄부를 부여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고 지적했다.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열매가 있어야

김종희 대표(뉴스앤조이)의 사회로 진행된 ‘교회재정운영에 대한 좌담회’에는 높은뜻푸른교회 문희곤 목사와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가 패널로 참석해 현재 교회 내에서 재정이 운영되고 공개되는 상황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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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목사는 온누리교회의 재정공개 상황을 설명하고 “투명하게 했지만 사역의 방향이 없었다면 무엇을 위한 투명인가가 논의될 수 있기에 사역 결과가 과연 열매가 있었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교회 공동체 내에서 재정이 열매있게 쓰였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희곤 목사는 “교회 예산을 세우고 바르게 집행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과정은 평소 교회 내 공동체 사이의 상호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복식부기의 이점도 소개하기도 했다.

또 “교회 재정을 공개하면 보이지 않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억만금을 줘서라도 얻어야 하는 귀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는 2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가운데 단순히 교회 재정을 공개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회 재정을 향한 관점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졌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방인성 목사는 “돈 없이 살아갈 수 없고,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돈이기도 하지만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교인들과 소통하며 신뢰 안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사명을 잘 감당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라며 “오늘 좌담회를 통해 교회 재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공개되어야 하는지 공론화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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