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대, ‘0교시 바이블 리딩’ 중독성 있어

  • 입력 2016.03.19 15:30
  • 기자명 윤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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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교수님 반 3.jpg
△ 촬영: 길상규 사진작가(CYUL STUDIO)
 
“아침 8시40분. 수능시험일 하루에 최대한의 컨디션을 유지(더 높은 점수를 올리기 위해) 3년 내내 아이의 생체 리듬을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는 그 ‘원모심려(遠謀深慮)’ 앞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는 어느 학부모의 하소연 한마디가 떠오른다.
 
‘0교시폐지’ 담론 중의 하나다. 틈만 나면 책상 위에 엎어져 자는 아이들. 입시 위주의 무한반복 학습노동에 지쳐있는 고등학생들. 대한민국 교육에서 ‘0교시’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0교시’가 지켜지는 학교가 있다. 한국성서대학교(총장 강우정)는 성서학과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2014년부터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8시~8시 50분까지 ‘바이블 리딩(Bible Reading Class, 이하 BRC)’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14~16일 2박 3일간 FT(Faith Training)를 다녀온 학생들은 피곤한 표정에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BRC를 위해 자리에 앉는다.  ‘학생들의 참여도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오전 8시 정각이 되자 1학년 학생 78명이 A, B반으로 나눠져 5분 정도 찬양과 기도를 하고 창세기 37~48장까지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반 전체 혹은 조별, 개별로 읽기도 하고 졸지 않기 위해 서서 읽는 학생들도 눈에 띤다.
 
지도 교수인 김현수 교수(헬라어)는 “신학생들 중에는 대학을 다니는 4년 동안, 한 번도 성경을 일독하지 못한 채 졸업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1학년 전공기초과목으로 1~2학기에 걸쳐 성경을 일독을 하게 된다. 개강 일에 창세기 1:1을 시작으로 종강 일에 요한계시록 22:21까지 읽고 마친다”고 설명했다.
 
또한 “꼭 성경을 읽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선배들이 리더로 섬기며 신입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조언도 하고 있어 선후배 관계도 두텁다”고 밝혔다.
 
김웅기 교수(기독교교육학)는 “신앙은 기본적으로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가 있어야 한다. 성경적 세계관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문의 기반은 성경을 기초로 하나님의 말씀을 습관적으로 읽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며 “1학년들에게 성경을 평생 읽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했다.
 
또한 “성경읽기도 훈련이다. 훈련이 재미있지는 않지 않는가? 아침에 힘든 얼굴로 나타나도 성경을 읽고 나가는 학생들의 얼굴 표정들은 대부분이 밝다. 학생들이 너무 힘들어 할 때는 조별로 친교의 시간도 갖는다”고 전했다.
 
박미혜 씨(1학년, 37세)는 “엄마의 손이 제일 많이 가는 나이 5세, 10세의 아이를 놓고 나오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 떨어져 있어도 남편과 아이들을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신다는 확신이 생겨 새로운 힘이 된다”고.
 
진하은 양(1학년, 19세)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지만 집에서 혼자 읽으면 잠이 더 많이 오고 집중도 되지 않는데 학교에서 소리 내서 함께 읽어서 좋다”며 “읽다가 의문점이 생기면 교수님과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면 자세히 설명해줘서 좋다”고 말하는 표정이 밝다.
 
김예지 양(3학년, 22세)도 “면접 때 없던 것이 입학 첫날부터 생겨 된통 당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성경을 읽는 게 은근 중동성이 있다. 정신차려보면 어느 새 연말이 되고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싶은 게. 그 맛에 벌써 3년 째 리더로 섬기고 있다”며 “학과 공부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화통하게 웃는다.
 
한편 BRC는 월요일~ 금요일 오전 8시~오전 8시 50분까지 진행되며 야간 학생은 오후 5시~ 5시 50분까지 진행해 오다 작년부터 오전에만 진행되고 있다.
 
성서학 이수구분별 교과과정은 △1학년 전공기초과목= 바이블리딩Ⅰ, Ⅱ, 신학개론, △2학년= 초급헬라어, 중급헬라어, 초급히브리어, 중급히브리어, △3학년= 고급헬라어, 히브리어, 신·구약원어강독 등이 성경과목들과 함께 전공기초와 필수, 선택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 외에도 성서공부방법, 성서해석학, 성서지리학 등이 주목할 만 하다. 그 외에도 세계문명시리즈와 밀알훈련과 전도훈련 등이 타 학교와 차별을 둔다.
바이블리딩 종합.jpg
 △ 상단 김웅기 교수, 김현수 교수, 하단 바이블리딩을 하고 있는 성서학 신입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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