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광수 다락방’ 공청회, 예장합동 거센 반감 확인

  • 입력 2016.08.19 13:5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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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던 ‘류광수 다락방 관련 공청회’가 지난 18일 서울 대치동 예장합동총회 전국여전도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공청회는 앞서 ‘류광수 다락방 재심청원에 관한 공청회’로 공지됐으나 사전 설명 없이 ‘류광수 다락방 관련 공청회’로 변경돼 진행됐다.

공청회 명칭과 방향이 긴급히 변경된 이유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현장에 붙여진 현수막에는 ‘류광수 다락방 재심청원에 관한 공청회’라고 적힌 반면 이날 배부된 순서지에는 ‘류광수 다락방 관련 공청회’라고 상이하게 기재돼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와 관련해 공청회를 주최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한기총복귀추진위원회(위원장 김영남 목사) 서기 김상윤 목사는 위원회 보고에서 “우리는 제100회기 총회에서 류광수씨에 대해 점검하라고 요구받았다”면서도 “본 위원회로서는 거기까지 확대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내부 의견에 의해 한기총 복귀추진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늘 공청회는 다락방이 한기총에 가입하게 됐던 과정과 결과에 집중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서 더 확대될 논의는 권한 밖이라 생각한다”며 “여기서 류광수씨가 이단이나 아니다 결론 부분은 없다. 다만 한기총 가입 과정에 타당성이 있는지 학자들의 의견을 통해 점검하고 총회에 보고함으로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공청회 패널로 참석한 교수들과 목회자들은 공청회의 명칭과 방향을 명확히 하라는 요구를 쏟아냈다. 총신대학교 문병호 교수는 “현수막과 순서지의 명칭이 다르다. 이 자리가 ‘재심청원’ 관련 공청회라면 나는 여기 앉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 다른 목회자들도 “공청회의 본질이 무엇인가”, “재심과 재조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신학부도 이대위도 아닌 한기총복귀추진위원회가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등 질의와 항의가 빗발쳐 진행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심지어 100회 총회에서 ‘한기총복귀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음에도 한 노회장은 “대부분의 노회장과 서기 목사들이 우리가 왜 한기총에 들어가야 하느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마치 들어가는게 당연한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기총복귀추진위원회는 이날 공청회를 위해 한기총에 류광수 목사에 대한 이단성 검증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한기총은 합동총회에 8페이지짜리 문서를 보내왔고, 위원회는 이 문서를 패널 교수들에게 열흘 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스로 정리된 가운데 진행된 공청회에서 첫 순서로 발언한 문병호 교수는 “우리 교단은 신학을 바로 지켜야 한다. 그 가운데 연합도 있고 전도도 있는 것”이라며 “연합사업과 전도를 명분으로 신학을 다루고 이단을 다룬다면 한국교회가 망하는 길이다. 우리 교단만이라도 입장을 지키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본 교단이 한기총을 탈퇴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한기총이 다락방 이단과 여타 다른 이단을 회원으로 허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락방을 이단으로 결의한 우리 총회의 입장에는 지금까지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음을 알 수 있다”며 “현 단계에서 다락방 이단을 재론할 어떤 여지도 명분도 없다. 말할 나위도 없이 재심을 입에 담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말했다.

광신대학교 오창록 교수는 “보내준 한기총 관련 자료를 잘 봤다”면서도 “한국교회에서 한기총만큼 이단 문제에 있어 신뢰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온 단체가 있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한기총이 이단 문제에 있어 지금까지도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한기총의 검증이 우리에게 얼마나 영향이 있겠는가 말하고 싶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칼빈대학교 김지호 교수도 “한기총에서 류광수 목사의 이단성에 대해 검증하는 자료를 개혁교단에서 제출한 것을 근거로 했다. 자기네 교단 안에 있는 류광수 목사의 이단성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지적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한기총의 이단 해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시종일관 사회자와 패널들간의 충돌로 이어졌다. 사회자로서 공청회를 진행한 김상윤 목사가 교수들에게 ‘20년 전 우리 교단이 류광수씨를 이단으로 정죄한 과정’과 ‘류광수씨의 기독론’에 대해 묻자 교수들은 “우리는 10일 전에 연락받았다. 자료를 많이 주고 연구하게 하고 나서 입장을 물어야 한다”며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특히 문병호 교수는 “정치적이지 말자고 해놓고 저더러 총회 결의에 대해 물으면 어떻게 답해야 하나. 오늘 여기서 다락방 류광수씨의 기독론에 대한 입장을 말해 달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뭘 연구하라는 아젠다를 받은 바 없다. 이번 모임은 처음부터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오창록 교수도 “2~3주 만에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짧은 시간에 연구해서 결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총회에서 위원회 구성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단성 검증하여 총회에서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현장에서 제기된 여러 지적과 항의와 반발에 대해 의견들을 모아 보고서로 작성해 총회에 제출하고 한기총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공청회 마지막에 정리발언한 위원장 김영남 목사는 “오늘은 이단 해제하겠다는 것과 전혀 관계없는 자리인데 오해가 된 것 같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최종적인 결론은 이단성과 관련해 신학부와 교수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동안의 모든 회의 과정을 총회에 보고하면 총회가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예장합동총회 신학부와 이대위는 자체 회의를 통해 결의한 바에 따라 참석하지 않았다. 신학부와 이대위의 불참이 ‘류광수 다락방 재심청원에 관한 공청회’라는 명칭 및 방향과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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