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뜰 편지(24)

  • 입력 2016.09.29 11:22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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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선 목사 (암환자쉼터사랑뜰)

초보농부가 네 판, 즉 280포기의 고추 농사를 지었습니다. 밭둑과 고랑에는 풀들이 무성합니다. 실은 힘도 들고, 암환우들의 치유캠프 진행하느라 시간도 없고 해서풀을 제 때 뽑아주지 못했는데 그게 바로 며칠 전 괴산농업기술센타 유기농업대학의 강사가 말하는 자연농법 농사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심을 때 퇴비 한 번 하고, 약 한 번, 비료 한 번 준 적 없고 고랑의 풀 한 번 매어준 것 밖에 없는데, 이번 뜨거운 여름에 저리도 탐스럽게 익었습니다. 그동안 밭을 갈지 않고 묵혀 두었던 땅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땅 힘만 유지 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그런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내가 고추를 시험 삼아 무공해로 한다고, 해 보겠다고 할 때 마을 어르신들이나 누구든 그랬습니다.

 

특히 고추는 약 주지 않고는 안 되니 때맞춰 약을 주어야 한다고, 약 안 준 고추는 두어 번 따면 물러서 더 딸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벌써 네 번째 수확을 했고 4번째는 가장 많은 양을 따서 말렸습니다. 금년엔 그야말로 무농약 무공해로 농사지은 마늘과 고추로 김장을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겨울에 오시는 캠프 암친들에게 맛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고추 밭 위, 감자와 마늘을 수확하고 방치해 두었던 풀들도 베어 눕혔습니다. 낫으로 베는데 동생이 예초기로 드르륵 갈아주었는데, 반나절 만에 뜨거운 태양빛에 말라버렸습니다. 그 마른 풀 위에 유기농업대학에서 배운 대로 미생물배양해서 뿌리고 비닐도 씌우지 않고 밭도 갈지 않고 그냥 김장 배추를 심어 볼 요량입니다. 가슴까지 자라있던 풀들은 퇴비가 되어줄 것이고 그 아래에선 온갖 유익한 미생물과 벌레들이 공존할 것입니다.

 

우리 몸도 똑같습니다. 하나님 창조섭리대로 다스려야지 너무 깨끗해도 면역력이 약화되고, 생겨난 암을 없애기 위해 계속 화학항암제를 쓴다면 토양이 그렇듯 몸은 산성화가 되어가고 제초제 농약 때문에 토양의 유익한 미생물이 살지 못하듯, 무차별적인 항암제 항생제는 우리 몸의 유익한 미생물 역시 소탕시켜 버립니다. 그래서 다시 화학 비료를 쓰고 그 비료는 다시 땅을 산성화, 황폐화시키고 악순환입니다. 우리가 암을 다스리는 것과 꼭 같습니다. 좋은 땅엔 각양의 미생물이 살아있고 각종 미네랄이 풍부합니다. 땅이 오염되지 않으니 지하수 역시 미네랄이 풍부하고 그것은 서로 하나가 됩니다. 그런 땅에서 난 음식은 또 생명의 에너지가 넘치니 우리는 건강히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농사를 지어보니 사람과 땅, 물은 어찌 그리 닮았는지 한 몸 이었습니다. 함께 건강해야 같이 공존 공생 할 수 있겠지요. 연풍자연쉼터엔 아무런 약도 치지 않으니 온갖 벌레들 천국입니다. 그래서 때론 개미에 물리고 벌에 쏘여서 눈탱이 밤탱이 될지라도, 일 할땐 중무장을 하고 일을 할지라도 하나님 창조섭리대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볼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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