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학철 장로의 연해주 비전트립 이야기

  • 입력 2016.10.27 11:54
  • 기자명 채학철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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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해주(沿海州) 평화 비전트립(Vision Trip)을 시작하면서 먼저 왜 러시아 연해주 인가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선열들이 조국의 광복과 평화를 위해 몸으로 맞서 싸웠던 한맺힌 역사의 현장에서, 특히 두만강 철교 앞에서 바로 강건너 보이는 북한 땅, 조산마을을 바라보며 조인형 교수(강원대 명예교수)와 손잡고 북한을 위해, 이 땅의 평화통일을 위해 목놓아 울며, 뜨겁게 기도했던, 이번 3박4일 간의 한생본 평화 비전트립의 기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극동 러시아의 연해주는 옛날 고구려 유민이 세운 발해(698~926)의 땅이자, 일제시대 한반도에서 건너간 조선인의 생활 터전이던 곳입니다. 크라스키노(Kraskino)를 중심으로 한 연해주는 1860년대 조선 관북지방의 가난한 농민들이 최초로 조, 러 국경을 넘어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은 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우리 민족의 깊은 한(恨)이 서려 있습니다. 연해주는 20세기 초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이후, 안중근 의사 같은 독립투사들이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斷指同盟)까지 하면서 항일 독립운동을 기획하고 전개한 우리 민족의 의기(義氣)가 충천하던 무대이기도 합니다.
연해주는 분단 이후로는 북한에 가로 막히고 소련땅이 된지 오래되어, 아득하게만 여겨졌던 곳이지만, 비행기로 2시간이면 금방 닿을 수 있는(블라디보스토크 공항) 매우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연해주는 남한 땅의 1.6배에 달하며 중국인이 계속 이곳으로 밀려들면서 이 땅이 중국에 좌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러시아 당국은 경제 활성화와 안보 차원에서 이곳 극동개발에 현재 열을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연해주는 작금 한국에 좋은 기회의 땅이라 여겨집니다.
연해주는 북한을 밖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연해주는 푸틴의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만나는 접점입니다. 한국은 지난 9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주빈으로 초청되어 푸틴을 만나고 잇따라 중국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시진핑을 만난 것은 우연의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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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연해주의 농산물은 싸지만, 치약, 화장지 등 공산품은 비싸, 한국 제조업에는 기회의 땅이며 북한에 우회적으로 접근도 가능한 곳이기도 합니다. 꽁꽁 얼어 붙은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되어 줄, 북방의 블루오션, 극동 러시아가 지금 한국을 간절히 부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글로벌 차원에서는 미국과 대립하면서도 극동에서는 팽창하는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인 한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이중적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으로서도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은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북핵이 촉발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를 완화시킬 좋은 카드라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러브콜처럼, 이곳에 제2, 제3의 개성공단의 씨앗을 뿌려 놓으면 연해주는 남, 북, 러, 중과 일본이 손을 맞잡는 평화의 중심지로 새롭게 태어날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러시아는 앞으로 극동을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앞세우려고 합니다. 즉 모스코바를 정치, 군사, 외교 중심지로, 상트페테부르크를 문화, 사법 중심지로, 블라디보스토크를 태평양의 경제 수도로 건설한다는 복안이지요. 기술과 자본은 한국이 제공하고 러시아가 운영자가 되면, 북한 근로자가 자연스럽게 일하게 될것이라고 믿고 러시아는 한국을 계속 러브콜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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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해주에는 벌목공과 건설 노동자를 비롯해, 북한 근로자 1만~2만 명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코바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나는 하밥로스크 인근의 ‘아무르강’(몽골인들이 평화롭게 흐른다고 붙인 이름) 다리, 상층부는 승용차가, 하층부는 열차가 다니고 있습니다. 
연해주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블라디보스토크 독수리 전망대 금각만(金閣灣)에는 러시아 극동함대 소속 군함과 상선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연해주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극동에 2조 루불(약 380조원)을 투자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러시아의 경제 수도로 만들겠다는 ‘신동방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푸틴은 2012년 아시아 태평양경제공동체(APec) 회의를 블라디보스토크에 유치한데 이어, 2012년 연방정부에 극동개발부를 신설하고 지난해 동방 경제포럼(EEF)을 창설해, 연해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러시아는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보고 강력한 러브콜을 계속 보내고 있는 이유는 또 따로 있습니다. 
일본과는 쿠릴열도 협상 때문에 껄끄럽고 중국은 과도한 인구가 러시아 땅으로 넘어오는 것을 경계하는 러시아로선, 한국을 가장 편안한 파트너라고 여기고 있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도 연해주 개발은 안에서 문을 잠그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는 북한을 밖으로 끌어내는 지렛대로도 그 가치가 크다 하겠습니다. 
연해주는 일본제국,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발해 제국의 이야기가 한데 얽혀 있는 벌판입니다. 이곳에 서면, 망국의 한(恨)을 달래며 초원지대를 헤맸던 조선인들의 지친 모습과 항일 투쟁에 나섰던 민족의 애국지사들이 눈에 선합니다. 안중근(安重根)은 이때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연해주 민족혼이 연출한 필연이 따로 있었습니다. 안중근이 연해주에서 보낸 2년 동안은 독립투사들과의 조우와 만남이 이어져 최재형은 처음 본 안중근을 보살피고 이강은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 포살의 길을 그에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는 참으로 만감이 교차되었습니다. 이토히로부미를 격살하기 위해 권총을 가슴에 품고 하얼빈역으로 가기 위해 안중근은 이 플랫폼에서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17만명의 한인이 생면부지의 땅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할때도 이 역에서 열차에 올랐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곳을 바라보면 우리의 마음이 서럽게 젖어 오는 것은 왜 일까요?
크라스키노에서 단지동맹을 맺은 안중근 의사는 결국 이곳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가 이토히로부미를 사살했습니다. 단채 신재호(申采浩)가 ‘동사강목’을 품에 안고 북간도로 간건,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처형된 그 해였습니다. 치타에서 장춘을 거쳐 남하하는 기차에서 춘원 이광수가 한국 최초의 근대 소설, 무정(無情)을 구상했던 것도 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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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의 무정이 출간된 이듬해 서거한 이상설(李相卨) 선생의 고향인 충북 진천을 가로 질러 흐르는 강과 꼭 닮았다 해서, 정지용(鄭芝溶) 시인이 그의 주옥같은 시, 향수에서 그리던 그 강은 바로 이 금강(錦江)이었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던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연해주를 누비던 고독한 우리 선조들의 넋이 오늘도 그곳에서 맴돌고 있는 역사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연해주 하롤에 우리 한생본 ‘극동선교센터 훈련원(원장 김영원 선교사)’이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북한 땅에서, 한 생명 살리는 북한 농업사역은 8년 전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이 곳으로 우리 대한민국 청소년들과 평화통일을 사모하는 뜻있는 애국 동지들을 안내하여 민족의 혼(魂)을 일깨우며 그들에게 역사적인 소명(召命)과 희망(希望)을 안겨주는 한생본 평화 비젼트립의 시작은 여러모로 그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한생본은 여행 신청을 접수하며 내년 4월부터 한생본 평화 비전트립은 시작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동참과 응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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