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회는 책임이 없는가?

  • 입력 2016.11.04 10:0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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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을 아끼는 사람들이나 그를 동정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대통령이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를 말할 때 대부분 ‘최태민 목사 탓’이라고 거듭 토를 다는 것도 비슷해 보인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태민이 목사냐 아니냐 하는 논쟁까지 이어진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교회는 이미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의 논평을 통해 ‘고 최태민을 목사로 부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본보 제619호 1면 참조). 그러나 문제는 이번의 논평으로 세상에서 회자되는 ‘최태민 목사(?)’의 꼬리가 완전히 잘라지겠느냐 하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역사 이래 초유의 이번 사태앞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으나 한 가지 놓치기 쉬운 교회 안의 문제를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우리 교계의 입장은 이미 고인이 된 최 씨를 두고 그가 결코 목사가 아니었음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 우리 대한민국 기독교계 역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우리가 볼 때는 과거 어느 시점엔가 최 씨가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라는 곳이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기록조차 찾을 수 없다고는 하나, 세상의 사람들이 얼마나 그것을 수긍하려 들겠느냐 하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이미 오래된 일이기는 하나 추측컨대는 그가 권력에 접근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설이 매우 설득력 있어 보인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언론사들이 보관하고 있는 기록으로만 보아도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의 후보 경선이 있을 무렵 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박근혜 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그 분은 목사님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많이 도와줬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세상은 최 씨가 왜 목사가 아니냐고 항변을 할 만하다고 본다. 재론을 할 필요도 없겠으나 최 씨는 목사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우리들만의 주장일 뿐 세상은 이번 일로 또 한 번 애꿎은 교회를 향해 주먹을 쥐고 있다는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 일이다. 사람을 향한 주먹질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겠으나 하나님을 향한 손가락질은 분명 그 책임의 소재가 한국 교회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옷을 찢고 회개의 기도가 줄을 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내가 뭘 어쨌다는 거냐?’ 하는 식으로 모르쇠로 나올 일은 아닌 것 같다.두말할 것 없이 이번의 최 아무개라는 한 여인에 의한 국정농단에 있어 법적으로 한국 교회가 책임의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며, 도의적으로도 그러하다 하겠으나, 분명히 말하건대 하나님 앞에서는 결코 그러하지를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첫째는 한국 교회가 그동안 얼마나 그 질서가 문란해졌으면 그런 되지도 않는 사이비 교주까지 자신을 목사라 칭하였으며, 더 나아가 나라의 대통령조차 그를 목사로 부르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른바 작금의 사태는 어쩌면 낡고 부패한 한국교회의 질서를 바로 세울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채찍이 아닌가 기도해야할 일인 것 같다.차제에 한 가지 아쉬움을 논한다면, 과거 박정희 정권 말기 교회가 정권에 기대어 칭송과 아부의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바른 정치를 위한 쓴 소리와 더불어 주님의위로의 말씀을 진심으로 전함으로써 최 아무개와 같은 사이비 종교의 접근을 차단했었어야 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박 대통령이 사교(邪敎)에 빠져 분별력을 잃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국정을 그릇 운영하였다느니 하는 말들을 하는 매우 불행한 결말이요 한심스런 사태이다. 하나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한국 교회는 진정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하나님 앞에서 발뺌만 하면 되겠느냐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시지탄은 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교회가 거듭났으면 좋을 것 같다. 사람만 많이 모으고 예배당만 크게 지으면 성공한 목사, 존경 받는 교회가 되는 세상적 가치관부터 척결해야 할 것이며, 권세와 명예를 탐하여 날마다 무리지어 생겨나는 의미 없는 단체나 교단들 또한 속히 정리되어져야 할 것이다. 나라가 이런 꼴이 되도록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정말로 책임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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