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감사하자

  • 입력 2016.11.18 20:2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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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어수선해서일까, 아니면 국내외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적 어려움 탓일까. 우리 사회 밑바닥에 흐르는 기류가 영 심상치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얼굴이나 그 표정에서 감사보다는 불평과분노가 묻어나는 것만 같다. 유난히 길고 지루했던 지난여름의 타는 목마름을 잊어갈 즈음에 불거진 어느 일개 아녀자에 의한 국정농단의 실체가 양파껍질 마냥 하나둘 벗겨질 때마다 국민들 분노의 지수 또한 상승의 고삐를 죌 수조차 없게 만든다. 이러한 마당에 우리가 세상의 거친 파도를 피해 우리들만의 감사의 항구로 돌아가자고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해의 가장 축복되고 즐거워야 할 추수감사주일조차 감사와 감격이 없이 맞이하는 연례적인 행사가 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세상의 흘러가는 분위기에 의해 믿음의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감사와 믿음이 흔들려서는 아니 되겠지마는 그러나 실상은 그 분위기에 따라 많이 좌우되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따라서 믿는 자들로서는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이럴 때일수록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나님 안에서 거듭난 백성들로서는 감사의 초점을 어디에맞추어야 하며 무엇 때문에 감사해야 하는지 그 감사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일찍이 성경 말씀에는 감사의 초점을 결코 가을이 되어 들에서 추수한 곡식으로 인하여서만이 감사하라는 말씀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근대적 의미의 추수감사절이라 하면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을 내디딘 청교도들이 추수의 기쁨을 원주민들과 함께 나눈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농사가 잘 되어 육의 양식을 풍성히 거두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제사를 드리는 것은 그처럼 중요한 의식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찾아간 땅에서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으며, 혹독한 추위와 고통과 악조건에 맞서 싸워 이기게 해주신 그 자체를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컸으리라 짐작한다. 오늘날의 한국 교회는 그렇게 죽음을 무릅써야 할 만큼의 모진 고통도 없다. 물론 이 모든 신앙의 자유를 쟁취하기까지 일찍이 피 흘려 이 땅에서 순교한 선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때의 선진들이 뿌린 씨가 자라 열매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감사는 결코 어떤 현실적 악조건에서도 그 빛이 퇴색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그것을 감사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오늘 이렇게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아무 거칠 것 없이 믿음의 길을 가고 있음은 이 모두가 일찍이 이 땅에 뿌려 놓은 선진들의 피 값으로 산열매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 시대 한국 교회는 너무나 풍요로운 것 때문에 믿음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도가 없어도 잘 되는 것 같고, 수고함이 적으나 거두는 것은 많아 보이는 물질세계의 허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한 허상에 사로잡히게 되면 절로 감사하는 마음은 멀어지게 되는 것이 인간의 죄악된 본성 가운데하나가 아닌가 한다. 풍요의 잔에 취하여 풍요를 가져다 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 할줄 모르는 백성들이 되어서는 한국 교회미래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하나님은 항상 감사하는 자에게 더 큰 선물을 주시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어지러운 시국이 한심스럽고 안타까워 함께 분노를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야 한결 같겠으나 우리의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 이 또한 감사해야할 제목일는지도 모를 일이다. 기억해야할 것은 감사하지 못하는 것은 감사할 조건이 없음에서가 아니라 감사할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잃는 것이 곧 신앙인의 타락이요죽음에 이르는 병(病)이라는 것이다. 청교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망망대해 대서양을 건너 간 것은 결코 양식이 없어 주림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더 잘 섬기기 위해서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신앙의 자유 속에 사는 우리가 자유의 소중함을 잊고 살기 쉽듯 감사할 조건들이 넘쳐나는 속에서 감사를 잊고 불평과 분노에 휩싸여 감사가 가져다주는 축복마저 사라지게 할 수는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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