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도너패밀리의 밤, “생명나눔정신을 기억합니다”

  • 입력 2016.12.05 09:27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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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나비를 부착하고 있는 도너패밀리, 장기이식인들의 모습.JPG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지난 4일 서울시 중구 소재 더 플라자 호텔에서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연말모임을 진행했다.

본부가 주최하고 한화생명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생명을 나누고 떠난 가족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연말, 뇌사 장기기증인 가족들을 초청하여 감사와 위로를 나눈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배우 소유진이 재능기부로 사회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소유진은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유나 양에게 심장을 이식 받은 Maria의 편지를 낭독했다. 김 양은 지난 1월21일, 미국 유학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심장, 신장, 간장, 각막, 췌장 및 인체조직 등을 기증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27명의 환우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이들 중 심장을 이식 받은 Maria는 편지를 통해 “2007년 1월, 저는 심장비대증을 진단받고 심장펌프에 의지하며 생활했어요. 하지만 올해, 유나 양의 심장을 이식 받고 그 누구보다도 활동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6km를 혼자 걸었어요.”라며 김 양과 김 양의 부모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국내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교류 및 정보교환을 금지하고 있어 서로를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관련기관의 중재 하에 이식인과 기증인 유가족이 서신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시일이 지나면 만나는 일까지도 가능하다.

국내에서 심장을 이식 받은 서혜영 씨의 편지낭독도 이어졌다. 서 씨는 “14살에 심장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식을 받기 전에는 또래 친구들처럼 공부하며 뛰어놀 수 없었고,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었어요. 심장이식을 통해 지금 이렇게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아요.”라며 기증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서 씨는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사회복지사로서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는 “당시 저에게 심장을 기증한 사람이 8살의 한 어린 남자아이라고 들었어요.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저에게 꿈과 생명을 선물해준 기증인과 기증인의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식인들의 감사 인사를 들은 장기기증인 가족들도 참석 소감을 전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기석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는 “12월4일, 오늘이 바로 우리 아들 기일이에요. 비록 아들은 제 곁에 없지만 우리 아들을 기억해주기 위해 모인 많은 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해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이종훈 씨의 어머니 장부순 씨도 참석해 “아들의 장기기증에 대한 자긍심을 느껴요. 타인의 생명을 연장해준다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기에 오늘 이 자리가 너무나도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샌드아트 최은준 작가와 소프라노 이진희, 테너 강신모가 함께 하는 ‘샌드아트 콜라보레이션’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전면에 부착된 ‘Never ending story’라는 문구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과 이식인들이 순서대로 나와 색색의 나비를 부착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먼저 떠나보낸 가족이 가장 그리워지는 연말, 숭고한 결정으로 생명을 나눈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생명나눔을 실천한 뇌사 장기기증인들을 잊지 않고 예우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크기변환_나비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도너패밀리의 밤 참석자들의 모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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