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채무자에게도 과연 희년은 오는가?

  • 입력 2014.07.22 17:43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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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된 교회, ‘빚탕감’으로 나눔의 청지기 공동체 돼야

성경에서는 안식년과 희년에 빚을 탕감해줌으로써 채무자에게 부여된 과도한 짐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었다. 공공부문과 가계(개인사업자 포함)가 지고 있는 빚의 총합이 사실상 2000조원을 넘어섰다고 알려진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성경적 부채탕감과 한국교회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희년함께, 희망살림, 한국복음주의연합은 21일 오후3시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열매나눔재단 지하2층 나눔홀에서 토론회를 열고 한국교회 공동체가 함께 나서야 할 빚 탕감프로젝트에 대해 알렸다.

먼저 ‘부채탕감의 성서적 근거와 교회의 역할- 신약의 복음서를 중심으로’의 주제로 발제한 정종성 교수(백석대)는 “빚탕감과 관련된 누가복음과 마태복음의 텍스트, 그리고 요세푸스나 필로의 문헌들은 그 표현의 강도와 내용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공통적인 지향점은 ‘인간에 대한 도리’와 ‘형제애’, ‘가족적인 나눔’의 실행을 통해 ‘공동체의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각성’”이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빚탕감 제도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핵심개념으로 삼는다는 ‘주의 은혜의 해’ 즉, 안식년 혹은 희년제도의 선포는 사회의 최하위계층으로 떨어져있거나 고리대금의 수탈적 압박에 짓눌려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종교적 안전장치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위기 상황에 대해 정부는 대부분 위기만 넘기려는 수박겉핥기식의 대책을 내세울 뿐이라고 말하며 “박근혜정부가 지난해 4월 출범시킨 ‘국민행복기금’은 사실상 국민행복과는 거리가 먼 제도로서 오히려 극빈층에게 10년간 ‘채권추심을 대행하는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교회의 책임에 대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된 교회가 개인의 탐욕을 버리고 공동체의 빚(죄)을 탕감(용서)해주어야 하는 ‘나눔’의 청지기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실채권 매입·소각으로 새 삶 선물하는 ‘빚탕감프로젝트’

이어 희망살림 제윤경 대표는 희년함께와 희망살림이 부실채권을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오랜 시간 빚으로 시달리던 채무자의 새 출발을 지원하고 있는 ‘빚 탕감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여기서 말하는 부실채권이란 은행에서 3개월 이상 지속된 채권으로, 제윤경 대표는 “은행들이 이러한 채권들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손실 처리를 해버린 후 대부업체에 헐값에 매각한다”고 설명했다.

헐값에 팔린 채권은 또 다시 여러 대부업체를 떠돌며 연체 이자가 늘어난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20대에 생긴 470만원의 카드빚이 10여 년이 지나며 1900만원으로 늘어났을 정도다.

제 대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사회 전체적으로 강하게 신념화 되어 있는 ‘빚은 갚아야 한다’는 도그마 때문”이라며 “빚 독촉은 카드 돌려막기 등의 더 큰 빚을 낳기도 하고, 채무자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아무런 조건 없이 채무자의 부채를 탕감해준다는 점에서 개인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이와 관련해 희년함께는 “도덕적 해이를 문제로 부실채권 10년 이상의 생계형 채무자에게 원금 이상의 돈을 요구하며 삶을 노예화하는 것은 과연 도덕적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돈은 꼭 갚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바탕으로 약탈적인 대출을 실행하는 채권자에게 먼저 도덕적 해이의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빚 탕감 프로젝트는 뜻 있는 크리스천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으며, 굿펀딩(www.goodfunding.net) 회원가입 후 결제 페이지를 통해 후원하는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1만3000원을 후원하면 1000만원 채무자의 빚을, 3만9000원을 후원하면 3000만원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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