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의 수치 다룬 反소설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

  • 입력 2016.12.21 11:20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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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부끄러움과 수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최초의 사람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은 후에 자신들이 벗었다는 것을 알고 부끄러워 하나님의 낯을 피해 숨는다. 이처럼 사람의 수치심과 부끄러움 저 너머에는 해결되지 않은 ‘죄’의 문제가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조직, 부끄러움을 은폐하는 관계, 그리고 부끄러움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구유선·엄진용 지음/홍성사)가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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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 저자 구유선 작가
 

전통적 구성 수법이나 스토리 전개를 무시하는 반(反)소설의 성격을 띤 이 책은 부끄러움과 관련된 세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부는 자본집단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나’는 보험사 FC로 일하며 비교경쟁과 모방적 분위기 속에 휩싸인다. 자본집단 안에서 대필에 동조하고, 횡령한 돈을 보험계약으로 끌어들여올 정도로 분위기에 맞춰 모방 욕망에 휩싸이던 ‘나’는 결국 희생양이 된다.

2부 속 ‘나’는 폭력남편에게 매 맞는 아내이고, 폭력남편은 시어머니, 시누이, 시동생의 희생양이 되어 살아온 상처투성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친구인 Y는 나와 비교되는 생활 속에서 내게 수치심을 주는 수치 유발자. 이렇듯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등장인물들은 끝없이 비교하고 스스로를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수치로부터 도피하려고만 한다.

3부는 교회공동체를 다뤘다. 신앙 좋은 안수집사의 착한 딸 Q. 늘 성실하게 피아노 반주를 하며 부모 말 한 번 거역한 적 없던 Q가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이 소식에 부모는 물론 온 교회가 큰 충격을 받는다.

Q의 부모인 홍 집사, 장 집사는 초대 목사님이 간암으로 돌아가시자 자신의 집을 팔아 사모님을 도와드릴 정도로 교회에 헌신했지만, 딸의 죽음으로 부부는 어려움에 빠지고, 교회는 사분오열 찢어진다.

특히 3부는 엄진용 목사(제일좋은교회)가 ‘보혈’을 주제로 설교한 내용을 토대로 예수 보혈과 은혜를 인정하는 신앙을 통해 삶의 존엄성을 회복하자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는 가리어 왔던 수치가 곪아 터지며 시작되는 고통과 아픔을 형상화한 소설로서,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심리 이론으로 깊이와 객관성을 보충한 새로운 형식의 문학이다.

저자 구유선 작가는 정치인과 대학 총장, 아이 문제로 찾아오는 학부모, 교회 권사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부끄러움을 듣게 된다. 그러나 어려움이 극복되면서, 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연락을 끊거나 저자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을 느끼고, 이용당한다는 피해의식에 힘들었던 저자는 인간의 본능을 알고자 심리학 서적을 탐독했다.

구 작가는 “5~60권이 넘는 심리학 서적을 읽으면서 얻은 결론은 인간은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고 저지른 일들로 인해 자신 속에 있는 부끄러움과 수치, 죄와 허물 등 그 어떤 것에도 스스로는 결코 자유로워 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회피와 도피, 이중성 등으로 방어벽을 치고 살지만 부끄러움이 몰려올 때마다 가인처럼 유리하고 방황하거나 아담과 하와처럼 숨어버릴 뿐 진정한 자유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는 수치에 묶인 특정 소수가 아니라 대부분 누구나 갖고 있는 다수의 문제라는 점을 꼭 한 번은 글로 써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구 작가는 “이 책은 부끄러움과 수치의 문화를 연구해 놓은 이론 근거들과 성경말씀을 바탕으로 한 나의 기독교의식들이 담겨져 있다. 반소설 형태를 통해 재미와 감동,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예수님의 마음이 잘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저작에 협력한 엄진용 목사는 저자 후기를 통해 “참된 자유의 길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속(救贖)받아 그리스도에게 구속(拘束)되어진 인생 속에만 열려져 있다. 하나님은 인간이 죄의식에 묶여 부끄러움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용서하고, 변혁해나가는 참된 자유의 삶을 주기 원하시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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