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완장부터 벗어던지자

  • 입력 2016.12.29 14:1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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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는 완장(腕章)이 넘쳐난다. 저마다 완장 차기를 어느 나라 어느 민족보다 좋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통 완장 찬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마도 과거 우리의 선진들이 겪었던 일제시대, 한 번 떴다 하면 온 동네가 공포에 떨어야 했던 그 시절 일본 순사들의 팔에감긴 완장에 대한 선망(羨望)이 잔재해서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여하튼 대한민국에는 지금 완장이 넘쳐난다. 완장이 곧 권력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는 없으나 일제 식민지시대를 겪어온 우리나라 국민성가운데는 더러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물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서는 완장을 채워주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더러 완장을 찬 사람들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직책, 우두머리라는 직책, 더러는 우두머리는 아니지만 실질적 권한을 부여 받았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완장만큼 효과적인 것도 드물다. 그만큼완장은 사람으로 하여금 흥분케 하는 힘이 있다.

 

적어도 육상경주에 나서는 선수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하는 것,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더러 ‘사람은 직책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하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가 돌아보건대 2016년 대한민국은 수많은 완장들이 탄생했다. 이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무슨 연대(連帶), 무슨 협회, 무슨 위원회, 누구를 사랑하는 모임, 누구를 추대하자는 단체, 무슨 연구소 등등이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수많은 완장들이 무슨 목적으로 그토록 살기마저 등등하여 목청을 돋우느냐 하는 것이다. 혐오감을 넘어 살기마저 띈 구호는 물론이요, 대통령의 형상을 만들어 오랏줄로 묶어 끌고 가는 모양을 차마 퍼포먼스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어딘가 섬뜩한 기운을 떨칠 수가 없다. 완장을 더욱 부추기고 부채질을 해서일까 급기야는 단두대(斷頭臺)까지 등장했다. 법에서조차 이제는 사형제도를 폐지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인권 운운하던 사람들로서는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 아닌가 한다.

 

참으로 우리나라에 이렇게 완장에 갈급했던 인물들이 많았었구나 하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것 같은 모습이다. 그 많은 완장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아마 모르기는 해도 거사(?)에 성공하면 그 다음 목표는 한 단계 더 높은 자리의 완장이 아닐까 짐작이 간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이래 세상에는 새롭게 완장을 찬 사람들이 적지 아니 생겨났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지난해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등 이 모두가 백성들을 분노케 했다는 점에서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황차 일개 아녀자에 의한 국정농단은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로 인하여 파생된 온갖 비리와 부정은 말할 것도 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물론 최고 권력의 뒤에숨어 국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온 숨은 실세의 비밀은 반드시 밝혀내어의법 처리해야 마땅하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사안이 이렇듯 아무리 중차대하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일련의 허물들이 범죄로 확정되기까지는 무죄추정의원칙만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이 원칙이대통령이라고 해서 무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질세라 맞불작전으로 나오는 기득권 세력의 완장들 역시 보기에 민망한 것은 매 한 가지다. 진작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단체와 모임의 완장들이대거 등장했다. 여기에 더하여 점차 한국교회마저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 아래 갈라지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모두가 다 생각은 다르고 뜻은 다를 수 있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평화적 해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완장들 간의 힘겨루기가 교회까지 오염시키기를 원하지않는 까닭이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우리에게 적지 않은 아픔을 준 완장의 기억, 그것을 이제 다시는 떠올리지 않을 수 있도록 새해에는 가장 먼저 이것부터 내려놓자. 완장을 내려놓아야 한다. 완장이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을 테지만 완장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상처들도 적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온 국민이 겪어야 하는 또 다른 아픔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를 완장부터 벗어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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