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주택총조사 종교통계의 허와 실

  • 입력 2017.01.05 10:49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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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 결과’ 가운데 종교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기독교인 인구가 2015년 기준 967만6000여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123만여 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최대 종교로 꼽혔던 불교 인구와 근래 들어 성장세를 보였던 천주교는 오히려 감소 추이를 보이고, 개신교 인구는 소폭이나마 증가한 데 대해 교계는 참으로 오랜만에 희망을 발견했다.
각 종단은 이번 종교인구 조사 결과에 다소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며 본격적인 분석에 나섰고, 통계청의 조사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통계청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2015인구주택총조사는 90년만에 처음으로 모든 가구를 조사하던 전수항목을 행정자료를 활용한 등록센서스로, 심층조사가 필요한 표본항목은 전체 가구의 20%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조사원들은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자치단체를 다니며 표본조사를 벌인 것. 통계청 관계자는 “일반 통계조사보다 수십 배 많은 1000만 명 가까운 표본을 조사했기에 통계적 오차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읍, 면, 동 단위까지 가서 종교인구를 파악할 경우 다소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전국단위의 오차는 없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된 인터넷 조사, 변수로 작용했을 것
교계 일각에서도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는 “그동안 개신교 인구가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을 했고, 천주교의 대 약진과 불교의 보합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조사는 이러한 예상들을 모두 깼다고 할 수 있다”며 통계상 오류에 대한 가능성과 종교인구 급감, 개신교 변동 등에 대한 분석을 발표했다.
연구소는 먼저 이번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도입된 인터넷 조사가 변수로 작용했음을 짐작했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의 표본으로 뽑힌 가구에 인터넷 조사에 임해줄 것을 권했고,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48.6%가 인터넷으로 응답했다.
연구소는 방문조사의 경우 집에 있는 가정주부들이 조사에 응했겠지만 인터넷의 경우 가정주부보다는 젊은 층, 어머니보다는 아버지 쪽에서 응답해 결국 이것이 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의 경우 종교적 문제에 있어 주도권은 어머니에게 있고, 응답에 많이 임했던 어머니들이 가정의 종교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인터넷 조사를 통해 청년층이나 남성층이 응답을 하면서 다른 대답을 했다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청년층의 경우 ‘종교없음’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10대에서 30대까지 ‘종교없음’의 비율은 60%가 넘고 있다. 청년층의 관점에서 가족의 종교를 판단했을 때 1년에 한 번도 의례에 참여하지 않았던 불교의 경우 ‘종교없음’으로 표기되었을 가능성이 자연히 높아지며, 좀 더 엄격한 잣대가 작용했을 것이다.
항상 논란이 되는 문항의 오해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했을 수 있다. 이론상으로 개신교와 천주교는 모두 ‘기독교’이다. 1995년 조사에는 선택지에 ‘개신교(기독교)’와 ‘천주교’로 표기가 됐지만 2005년과 2015년 조사에서는 ‘기독교(개신교)’, ‘기독교(천주교)’로 표기가 돼 응답자가 헷갈릴 수 있는 소지가 반감됐다.
더욱이 2015년 조사는 인터넷 조사가 도입돼 개인이 직접 컴퓨터를 통해서 질문지를 보고, 시간의 구애 받음이 없이 응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고, 이것이 개신교와 천주교의 등락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목회사회학연구소는 종교별 인구의 증감을 설명함에 있어 그 근거를 ‘종교별 정체성’에서 찾았다. 2014년 출간된 저서 <종교없음>(저자 제임스 에머리 화이트/베가북스)에서 미국의 사례를 들어 밝히고 있는 것처럼 현대인들에게는 점점 종교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사회도 이러한 경향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종교적 정체성이 약한 종교에서 먼저 감소 추이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불교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증가 추이를 보이던 천주교도 그 폭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신교의 경우 젊은 층이 부모와의 종교일치성에 있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고, 가정 중심의 종교생활 또한 영향을 미쳐 증가 추이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인구 증가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이유야 어찌됐든 10년 만에 부동의 종교인구 1위 불교를 제치고 개신교가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몇 년째 ‘위기’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사회적 신뢰도는 바닥을 치던 와중에 손바닥만 한 구름 같은 ‘희망’이라는 수식어를 만났건만, 교계는 활짝 웃을 수가 없었다. 성도들도, 현장의 목회자들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숫자는 늘었다고 하는데, 정작 교회에서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단과 가나안 성도(신앙은 있으나 교회는 출석하지 않음)의 증가를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조사원 교육용 인구주택총조사 지침서에는 “여호와의증인, 안식교, 몰몬교, 통일교, 성공회, 영생교, 천부교를 개신교로 분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성공회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종파들이지만 통계청은 이들을 ‘개신교’ 인구로 분류하고 있는 것. 이밖에도 신천지, 하나님의교회 등은 근래 들어 그 증가세가 눈으로 확인될 정도다.
가나안 성도는 일반적으로 100만 명으로 보는데, 2013년 실시된 한목협 조사에 따르면 교회에 불출석하거나 한 달에 1번 이하로 출석하는 교인의 비율 또한 전교인의 11%나 된다. 이들의 숫자도 어림잡아 100만이라고 하면 200만 가량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나날이 약해지는 성도들의 개신교 신앙 정체성과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교회. 시대에 발맞추어 마냥 편한 곳이 되어버린 교회에 성도들은 흥미를 잃고 ‘가나안 성도’가 되어 떠나거나 이단교리에 현혹되어 이단종파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손바닥만 한 구름처럼 떠오른 희망 지켜가려면
대책은 다음세대에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반추하면서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급감하게 될 인구수에 따라 개신교 인구도 점차 하락세를 보일 수 있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먼저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인들의 영향력이 커짐과 동시에 책임감도 늘어났음을 강조했다.
언론회는 “더욱 겸손하고 낮아져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사회적 책임을 더 감당하되, 어두워진 세상을 밝히고, 약자와 어려운 자들을 돌보는 일에 힘쓰자”며 “국가와 사회가 어려울 때, 시대의 선지자와 위로자의 역할을 감당하여 오직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바로 가게 하시기를 구하자”고 제언했다.
지앤컴리서치 지용근 대표이사는 2030세대의 이탈을 막아내는 것에 개신교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강조했다. 
지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연령집단이 2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층인데, 이들이 교회를 떠난다면 한국교회는 대가 끊어지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결혼과 출산조차 쉽지 않은 세대다. 경쟁사회 속에서 취업과 생업으로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2030세대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해야한다”며 “교회가 먼저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끊임없는 자기정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 또한 현대인들의 종교적 경향과 종교성을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종교에 대한 인구주택총조사의 통계가 워낙 급락이 심해서 단언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결국 현대에서 작은 것 하나에도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이 급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이단과 불출석 교인의 증가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보여주고 있는 비윤리적 고발이나 정치적 행태는 폭탄과 같이 우리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며 “각 교회나 개인이 열심히 하는 전도는 한계에 이르렀다. 마지막 때를 향하는 조심으로 현대인들의 종교성을 마주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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