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교만을 경계해야 한다

  • 입력 2017.01.06 10:05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덴마크 교회의 날선 비판자이자 실존주의철학의 선구자라 불리는 키에르케고르(S.Kierkegaard, 1813~1855)가 탁월한 그의 통찰력으로, 도덕적 인간이 빠지기 쉬운 두개의 딜레마를 지적한 말이 있다. 「악을 행하면 회한(悔恨)과 죄책(罪責)을 낳고, 선을 행하면 도덕적 교만(驕慢)을 낳는다. 이것이 바리새인이다. 예수를 미워하고 죽인 사람들은 자기의 의나 선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가 그것이다. 순수한 신앙을 지키려던 키에르케고르는 절대자인 하나님보다 오히려 목사가 주권자연(主權者然)함으로써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다는 덴마크 교회를 향한 날선 비판으로 덴마크국교회의 미움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그를 향한 성난 군중의 증오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그가 죽은 후에 어디에 묻혀 있는지 조차아무도 모를 정도로 비밀에 부쳐져야 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는 사후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현대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로, 그리고 덴마크 교회를 향한 비판 또한‘이유 있음’을 인정받게 된 것 같다. 새해 벽두, 우리가 사랑하는 ‘한국 교회’는 혹시 키에르케고르가 지적했던 것과 흡사한, 교회의 지도자들이 하나님의 주권을 한구석으로 밀어놓는 우(愚)를 범하고 있지나않는지 살피고 돌아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서 교회가 결코 악을 행하거나 불의를 저지른 일은 없으나 오히려 그로 인하여 자기의 의나 선을 자랑하고 싶어 하고,또 실제로 그렇게 하는 일로 말미암아 도덕적 교만에 빠져 있지는 않느냐 하는 말이다. 유독 성경을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 성경을 잘 전한다고 자만하는 사람들, 기도를 남보다 많이 한다고 교만에 빠진 사람들, 구제 많이 하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이들, 이 모두가 차츰 바리새인화(化) 되어가고 있지나 않는지 물어야 할것 같다.

 

이 시대, 우리에게는 성경을 많이 읽은 사람보다 성경대로 사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도를 많이 한다고 교만해지는 지도자보다는 그리스도의 섬김을 닮아가는 겸손의 사람이 많아야 할 것이다. 세상이 알아주고 인정해주길 바라는 구제보다는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숨은 선행이 필요하다. 한국 교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인구 총 조사 결과 우리 개신교가 1위를 차지했다하여 자만하거나 교만에 빠지지나 않을까 주의해야 한다. 마땅히 선을 행하되 도덕적 교만의 수렁에 빠져 자기의 의나 선을 자랑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 것이 오늘 교회가 물어야 할 첫 번째 길일 것 같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