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순간, 하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 입력 2017.02.15 14:00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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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아라, 성화를 밟아라.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존재하느니라. 밟는 너의 발이 아플 것이니 그 아픔만으로 충분하느니라”

자신 때문에 죽어가고 고통 받는 신자들을 바라보며 ‘하나님은 왜 그저 침묵하시는가’ 고민하는 로드리게스 신부의 처절한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의 음성이다.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손꼽히는 수작,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원작으로 하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사일런스>(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2월 말 극장가를 찾는다. 17세기 박해의 현장을 고스란히 재현한 사일런스는 개봉 전부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미션’을 잇는 걸작 종교영화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17세기, 선교를 떠난 페레이라 신부의 실종 소식을 들은 로드리게스와 가르페 신부. 이들은 사라진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떠난다.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했던 일본에서 두 신부는 어렵게 믿음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부딪히게 되는 딜레마, ‘고통의 순간,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를 다루며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두 신부는 고통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그저 침묵하는 하나님을 원망하며 온전한 믿음마저 흔들린다.

원작 소설을 접하고 나서 줄곧 영화화를 꿈꿔왔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 시나리오 각색만 15년, 근 30여 년간의 준비 끝에 영화 <사일런스>를 선보이게 됐다.

독실한 신자이기도 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표면적으로 믿음과 의심은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나는 믿음과 의심은 동반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믿음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믿음을 풍성하게 한다. 의심이 진실한 믿음의 공존한다면 우리는 의심을 통해 가장 기쁜 영적 교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영화를 꿰뚫는 핵심 메시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 핵심 메시지를 견인하는 주요 인물인 로드리게스 신부 역할은 배우 앤드류 가필드가 맡았다. 앤드류 가필드는 “영화 촬영 전 예수회 학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교리에 대해 연구했고, 영화 제작기간 동안 매일같이 심오한 도전에 직면했다. 촬영 내내 나는 매일 내가 상상한 17세기 일본에 푹 잠겨 살았다”고 전했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굳건한 의지로 신앙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반해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마다 끊임없이 배교하는 인물이 기치지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로드리게스 신부를 ‘예수’에, 기치지로를 ‘유다’에 각각 비유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배교’라는 고통스런 사랑의 실천을 보인 스승 페레이라, 마을 구석구석 이 잡듯이 뒤지며 그리스도인을 집요하게 핍박하는 인물 이노우에, 두려움 속에서도 천국을 소망하며 담담히 순교의 길을 걸어가는 일본의 신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영화 <사일런스>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연출 아래 앤드류 가필드, 리암 니슨, 아담 드라이버를 비롯해 아사노 타다노부, 이세이 오가타, 고마츠 나나, 츠카모토 신야 등 내로라하는 일본 배우들이 참여해 열연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17세기 정치적으로 불안했던 일본 에도 막부 시대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감독이 직접 나서 고문단을 구성해 조언을 들었다. 또한 작은 석유 등잔 하나부터 모든 소품들이 진짜 17세기에 온 것처럼 느껴지도록 디테일한 부분까지 짚어냈다.

영화 <사일런스>는 이미 2016년 전미비평가협회 각색상을 수상하고,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후보에 오르며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이 영화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질 것인지, 이 영화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가 ‘고통의 순간, 하나님은 어디에?’ 라는 딜레마를 속 시원히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극장 개봉은 2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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