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아는 사순절

  • 입력 2017.03.09 10:43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한 해 사순절을 묵상하건대 참으로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교회라는 사실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기독교인이라 자처하면서 기독교를 잘 모르고, 하나님의 자녀인 양 하면서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럽지 않느냐 하는 말이다. 마치 세상이 주는 유익을 차지하기 위하여 성자의 이름을 앞세운 이익단체나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 오늘날의 교회라면 이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신분의 세탁을 통하여 명예를 얻고 성공을 쟁취하고자 한다면 이 또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세상적 성공에 대한 집착이 너무 지나쳐서일까 세상의 어느 단체나 집단보다 많은 단체와 조직으로,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분열되고 있는 한국 교계를 바라보는 성도들의 시선은 솔직히 곱지가 않을 것 같다. 분열의 과정에는 필시 반목과 질시와 다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반목의 원인은 언제나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력의 결집을 통해 얻고자 하는 권세와 성공을 향한 욕망에 있음을 안다. 사순절을 지나면서 부끄러워지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믿는 그리스도 예수께서 언제 그러한 야망을 꿈꾸셨던 적 있으며, 언제 그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민중을 호도하고 분열을 획책했던 적 있었던가를 묵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물리쳐야 했던 마귀의 유혹은 참으로 집요했음을 성경은 상세히 말해주고 있다. 그렇게 예수님은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세상에서의 생을 마감해야하는 길에서도 그러한 시련의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그 시련과 고뇌에 찬 길 사순절을 우리는 무슨 염치로 동참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드러내야 할 때인 것 같다. 해마다 연례적으로 맞이하는 사순절, 그러나 올해의 사순절은 특별히 부끄러움을 아는 사순절이 되기를 소망한다. 영광과 승리만을 좇다가 정작주님의 때가 이르러 십자가에 달리실 때 ‘그는 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말하는 백부장 앞에서 부끄럼도 잊은 채 도망을 하거나 외면했던 제자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다시 드러내지 않는 새로운 한국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