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일치로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파면

  • 입력 2017.03.10 12:3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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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11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2016년 12월9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이후 92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 상황에 대한민국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이날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안국역 인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촛불집회측과 탄핵 기각을 외치는 태극기집회측이 군집했다.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촛불집회측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우리가 해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구호로 물결쳤다. 반면 태극기집회측은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선고문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라며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한다”고 사안의 중대함을 전했다.

헌재는 이날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직책 성실 수행 여부는 탄핵 심판 사유가 될 수 없고, 언론의 자유 침해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면서도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 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것.

하지만 국가적 비밀이 담긴 문건을 최서원씨(최순실)에게 건네주고 수정까지 하게 했고, 기업으로부터 수백억을 출연하게 해 재단을 설립했으며, 최서원씨의 요청에 따라 특정인사를 추천했다며 대통령의 행위는 최서원을 위해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 윤리법 등을 준수해야 하는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러한 위반 사항이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며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성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면서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따라서 헌재는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라며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교회협)는 즉각 성명을 내고 ‘사필귀정’이라는 한 단어로 입장을 밝혔다.

교회협은 “믿을 수 없었던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후 90여일 만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아갈 실마리를 얻게 됐다”며 “우리는 작은 희망을 붙잡았고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바라보고 있다”고 헌재의 결정을 반겼다.

이어 “불의 앞에 타협하지 않고, 위기 앞에 좌절하지 않으며 평화의 촛불을 들었던 모든 시민들게 존경의 뜻을 표한다”며 “공공연한 폭력을 조장하며 압박을 가해오는 세력에 굴복하지 않고 시민의 뜻과 법리에 충실한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교회협은 “정부는 조기에 치러질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기 바란다. 정치권은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정치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하고 “사법부는 터럭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이 사태를 초래한 이들의 죄를 가려내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끝으로 교회협은 “적폐로 가득한 묵은 땅을 갈아엎고 국민주권국가라는 새 터전을 세우려는 믿음으로 서겠다”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이뤄지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국민 모두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 앞에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정치, 이념, 지역, 세대 등의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특별히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을 놓고 다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국민을 행복의 미래로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정하길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은 성명서를 통해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고 주문했다.

한교연은 “이제는 국민 각자의 손에 들려졌던 촛불을 끄고 태극기를 내려야 할 시점이다. 92일간의 탄핵정국의 마침표는 반목과 대결을 접고 화합과 통합으로 나아가는 노력에서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그동안 여야 정치인들은 탄핵정국 와중에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 왔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이제 여야 정치인들은 국민통합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주말마다 광장에 집결했던 시민사회도 대결과 반목을 접고 화합의 손을 맞잡음으로 그 누구도 패배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길 바란다. 종교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깊이 자성하고 우리 사회의 깊은 갈라진 골을 메우고 상처를 보듬어 치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면서 “우리 모두는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오늘 이 시간부터 달라져야 한다. 오늘은 역사적으로 끝이자 시작의 날이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의 분열과 대립, 혼돈을 끝나고 화합과 통합의 밝은 미래를 시작하는 첫날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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