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부패할 때 예언자적 비판 두려워하면 안 돼”

  • 입력 2017.03.14 10:1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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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 달간 역사강좌를 예고한 양화진문화원(원장 김성환)이 지난 9일 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에서 ‘2017 양화진 역사강좌’ 첫 번째 강연을 개최했다.

이날 강단에 오른 양현혜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는 ‘식민지시대 한국 개신교의 기억-국가권력과 신앙적 양심이 배치될 때’란 주제로 일제강점기 한국교회의 신사참배 문제를 다루며 권력의 부패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예언자적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우선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대한 사상적·역사적 맥락과 조선개신교의 대응양태를 설명한 후, “신사참배 강요는 천황제 국가인 일본이 조선인의 정신을 천황과 일본국가 그리고 그들의 침략전쟁에 총동원하기 위해 입안하고 실행한 정책이었다”고 규정했다.

또한 신사참배의 목표에 대해 △천황과 국가를 신성화함으로써 일체의 도덕적 가치를 천황과 국가에 귀속시키고, 이것을 초월하는 어떠한 비판적인 원리나 가치기준을 조선인으로부터 압수하려는 것 △조선인을 일본의 배타적인 국수주의에 동화·흡수시킴으로 조선의 독자적인 민족적 정체성을 와해시키려는 것 △조선인을 일본의 침략전쟁에 동원하여 무한 수탈하려는 것 등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러한 목적을 가진 신사참배 강요는 조선 개신교계에 국가권력의 정당성의 근거와 한계 그리고 그 범위에 대해서 민족적 정체성과 기독교 신앙의 관계 및 이에 근거한 국제관계, 더 나아가 전쟁과 평화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등이 총체적으로 물어지는 기독교 사회윤리의 실험대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조선 개신교계는 신사참배 강요에 굴복했고, 해방 이후 자체 내에서 역사적 및 사상학적으로 이 문제를 제대로 청산하는 것에 실패했다”며 “한국개신교는 이러한 사상적·역사적 함의를 가진 일본의 신사참배 강요에 대한 응답에 두 번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일제 말 침략전쟁 협력기관으로 변질되어 신앙적 내실이 완전히 공동화된 조선개신교에서 신사참배 거부운동과 그로 인한 순교자의 존재는 조선기독교회의 신앙적 양심을 증거해 주는 고귀한 항거의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사참배 거부자들이 이 문제의 사상적·역사적 의미와 일제의 정책의도 및 목표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의문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양 교수는 “신사참배 문제는 신앙의 자유의 문제라는 종교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근원적으로 이민족 지배라는 정치적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고 전제하고, “신사참배 거부자들은 국제관계 또는 민족적 정체성을 복음에 의거한 신앙적 양심의 문제에 속한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들은 이웃 없는 천황제국가 일본의 자민족 절대주의와 그에 근거한 일본의 조선 민족성 해체를 신학적으로 비판하지 못했다”며 “동시에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도 기독교신앙과 올바르게 연결시키지 못했으며, 나아가 그것을 연결시키는 것 자체를 비기독교적인 ‘증오심’의 발로로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거부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 교수는 “신사참배 거부자들의 한계는 복음의 사회윤리적 차원을 조망해보려는 예언자적 통찰력이 취약했던 당시의 조선 개신교계 전체의 사회윤리적 한계이기도 했다”며, “이를 교훈삼아 신사참배 거부자들의 신앙적 헌신과 순교자적 열정을 계승하면서도 복음이 가진 정치·사회적 의미를 복원하여 개인윤리 뿐 아니라 국가, 사회, 민족적 정체성, 국제정치, 전쟁 등에 대한 기독교적 사회윤리를 총체적으로 전망하고 실천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기독교인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양 교수는 “신앙에 의해 악을 미워하고 선을 가까이 하며 권력에 복종할 때, 비로소 위선적이 되지 않고 자유롭고 선한 양심적인 복종이 되는 것”이라며, “기독교인의 국가권력에 대한 복종은 양심에 근거한 자유로운 복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이 부패하여 남용될 때에는 분연히 일어나 예언자적 비판을 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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