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힘들어요…

  • 입력 2017.03.24 09:22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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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 웰 다잉 전문 강사, 암을 이기는 건강세미나 강사  

남편이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아내, 가정의 모든 관심과 생활패턴은 환우인 그에게 집중되었습니다. 가족 중에 누군가 중병에 걸리면 본인만 힘든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스트레스를 받고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남편에게 “여보, 나 힘들어요...”라고 말을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내 앞에서 감히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느냐?” 라고 버럭 화를 내면서 자신의 고통을 표현했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힘든 것만 생각했지 주변의 사람들, 특히 아내가 수발을 하느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힘들다고 말했을 때는 ‘당신, 나 때문에 수고가 많소!’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를 듣고 싶어서였습니다. 어쩌다 부부간에 대화가 시작되면 아내는 남편의 위로의 말을 듣고 싶어서 가슴 속에 간직했던 힘든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부부의 대화는 남편이 화를 내고 끝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 간의 대화를 힘들어 하는 남편들이 많습니다. 남편들은 아내가 대화를 원할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걱정합니다. 그러나 말 안 해도 됩니다. 대화는 말 잘하는 아내들이 주도합니다. 그저 잘 들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아내들이 남편에게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자신을 알아달라는 것이고 위로받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자들은 아내가 힘든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내 어떻게 해결해 주어야 할지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저 들어 주고, 이해하고 공감하면 되는데 해결 방법만 찾는 것이 남자들의 특성입니다. 그래서 해결 방법이 없으면 남자들은 열을 받기 시작하고, 이야기가 계속되면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라며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아내는 토라지고 부부 사이는 냉랭해 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부부 간의 다툼과 갈등을 성격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혼 사유는 한결같이 성격 차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본질을 간과한 지극히 피상적인 이유일 뿐입니다. 인터넷에서 본 어느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완벽하고 고상한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고 집안도 깨끗하게 정리해놓습니다. 고전음악과 미술을 즐기면서 사용하는 말씨도 항상 정중합니다. 한편 성격이 털털한 남편은 옷도 정장 보다는 캐주얼을 좋아하고 흙이 잔뜩 묻은 신발을 신고 와서는 털지도 않고 벗어놓습니다. 음악도 항상 대중가요에, TV도 켰다 하면 대부분 개그나 오락프로입니다. 연애시절 아내는 지금 남편의 털털함과 남자다움에 반했었고, 남편은 아내의 이지적이고 여성스런 모습에 끌렸었지요. 그래서 상대방을 이상적인 배우자로 확신하고 결혼했지만 결혼 후의 현실은 이상과는 달랐습니다.

 

무식하게 행동하는 남편을 창피하게 여긴 아내가 “제발 무식한 티 좀 내지 말라”고 핀잔을 주면, “혼자 고상한 척 하지 말라”고 남편이 되받아 칩니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의 자존감을 깎아 내리는 언어폭력이 계속되면서 결혼 생활이 지옥으로 변해갑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도저히 함께 못살겠다고 하소연을 늘어놓는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내세우는 주장일 뿐, 진짜 문제는 그들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기심입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 상대방이 오로지 자신에게 맞추기를 원하는 그 이기심을 극복하지 않고는 부부 화목은 어렵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셨습니다. 우리의죄를 대신하기 위해서 십자가에 달려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삶의 방식은 아낌없이 주는 삶이고, 우리에게도 서로 사랑하라고 요청하십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고,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되 주께서 우리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주심 같이 헌신적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부부는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나보다는 먼저 상대배우자의 유익을 위해 주는 삶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참된 사랑이고, 여기에 진정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부부간의 화목은 나보다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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