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사랑의 가치와 아가페적 사랑을 담아낸 영화를 소개해온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올해로 14회를 맞았다. ‘Re(다시)’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오는 20~25일까지 복합문화공간 필름포럼에서 진행된다.
올해는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지 500주년이 되는 해다. 영화제 측은 교회의 권력과 축재에 맞서 ‘오직 믿음’이라는 메시지를 선포했던 루터의 시대와, 공공의 선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우선하는 현재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현실을 지탄하며 ‘Re’라는 주제를 선정함으로 미래의 비전을 반추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개막작으로는 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감독 홍주연 홍현정)’가 선정됐다. 지난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집행위원장 배혜화 교수(전주대)는 “해마다 기독교 영화 제작이 늘어나 개막작 선정도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럼에도 서서평을 선택한 것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인 여성선교사의 헌신적 이야기가 큰 감동을 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영화제 고유 섹션인 ‘아가페 초이스’는 사랑영화제의 기본 정신인 ‘아가페’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특히 아이들과 약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다룬 영화들과 용서와 화해의 비전을 아가페의 마음으로 드러낸 ‘파라다이스(감독 콘찰로프스키)’가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기독교 가치와 복음의 비전을 담은 ‘미션 초이스’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희망학교를 운영하는 임만호 선교사의 이야기 ‘아이 엠 호프맨’과 말레이시아 정글 한 가운데서 원주민들을 전도하는 박철현 선교사의 이야기 ‘파파 오랑후탄’이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된다.
첫 번째 스페셜 섹션은 아가페의 가치를 아시아 영화에서 찾아보고자 노력한 ‘아시아 아가페 영화의 재발견’으로 꾸려졌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아시아 문화의 정서를 보편적인 주제와 감성으로 표현한 최신작들이 선보여진다.
필리핀 소작농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쌀 일곱 푸대’, 가부장적인 이란 사회의 현실을 직시한 영화 ‘딸’과 ‘어나더 타임’, 여기에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사전제작지원작품 ‘장롱면허’와 ‘내 차례’ 등 풍성한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은다.
종교개혁 500주년 특별전으로는 개혁의 주인공인 영화 ‘루터’, 군대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를 조명한 다큐 ‘볼드 피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수도자들의 모습을 그린 ‘더 아일랜드 오브 몽크’가 관객들에게 개혁의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긍휼의 시선으로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다르덴 형제의 작품들을 돌아보는 ‘다르덴 특별전’도 마련됐다. 재5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로제타’와 ‘아들’, 그리고 ‘약속’ 등의 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영화제는 단편영화 경선부문을 폐지하는 한편 대중들과 보다 친숙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편영화를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아시아 아가페 영화의 발굴에 힘을 기울인 모습이다. 부집행위원장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전체 400여 편의 작품 중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좋은 27편의 작품을 선별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제14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공식 홍보대사로 선정된 배우 김정은의 위촉식이 거행됐다. 김정은은 “이런 좋은 취지의 영화제 홍보대사로 참여하게 돼 감사하다. 뜻 깊고 좋은 영화 같이 감상하고, 이야기도 하고, 무언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더욱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사랑을 나누는 영화제로 거듭나기를 기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서울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는 20일 저녁 7시 이화여자대학교 ECC내 삼성홀에서 상영한다. 폐막작으로는 스튜어트 하젤딘 감독의 ‘오두막(The Shack)’이 선정됐으며, 폐막식은 25일 저녁 7시 필름포럼에서 열린다.
개막작을 제외한 작품은 서울시 서대문구 필름포럼 상영관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입장권 구입은 필름포럼 티켓박스에서 직접 발권하거나, 인터파크, Yes24, 맥스무비, 포털사이트 등에서 예매 가능하다.(070-4754-3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