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 출발은 ‘이웃사랑’

  • 입력 2017.05.24 09:35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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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발하는 이 시점에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대내외적인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강경원 목사)가 ‘한국교회의 대내외적 과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사회통합의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제35차 열린대화마당을 열었다.

근래 대다수의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보수층이 우세를 보이면서 정치적 행보에 있어 우클릭으로 편향되어 왔다. 대표적인 연합기관들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 보수성향의 단체가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보다 더 힘을 발휘했고, 개교회 강단에서도 많은 목회자들이 보수 편향 일색의 말씀들을 전파해 왔다.

북한과의 통일에 있어서도 보수와 진보 교계는 판이하게 다른 시선을 갖고 있다. 물론 모두가 평화통일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상당한 온도차를 드러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문재인 정부가 시작됐다. 교계에서는 그동안 외면받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대 사회·대 정부 입지가 높아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이념에서 떠나 말씀으로 돌아가 종교 본연의 예언자적 위치에서 사회통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열린대화마당에서 ‘평화 통일의 문제를 중심으로’ 발제한 윤영관 교수(전 외교부장관)는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의 영적 기반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미래 희망이자 최후 보루이지만 그 역할을 전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의 현대문명이 과거의 어떤 다른 문명들과 비교해볼 때 ‘죽음 이후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 살아있는 이 순간, 가장 확실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돈, 권력, 섹스에 강박적으로 몰입해 살아간다”면서 “이런 거대한 세속적 흐름이 교회에까지 흘러들어와 한국사회의 대내외적 과제를 해결, 또는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도 약화됐다. 이것이 바로 영적인 관점에서 한국 사회와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근본 위기”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통일이나 평화 문제도 영적인 관점이 아니라 물질적 관점에서만 접근한다. ‘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통일은 무슨 통일이냐’라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며 “이는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하나님 말씀으로 산다’는 말씀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우리가 당면한 영적 위기의 증거”라고 제시했다.

윤 교수는 분단지속과 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평화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며 원심력과 구심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원심력이란 통일의 반대방향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국제정치적인 힘을 말하고, 구심력이란 남북 간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응집하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힘을 뜻한다.

윤 교수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국은 공식적으로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하지만 내심 통일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통일한국이 경쟁 상대국가에 더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은 주변 4국들이 한국의 통일을 자국 국익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여 협력하게 만들어야 하며, 한미동맹을 유지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우려사항(주한미군, 난민, 영토문제 등) 해소와 중국이 거둘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는 등 원심력을 약하게 하는 외교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무리 외교를 잘해서 정치적으로 통일을 시켜놓아도 남북 주민들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면 그 통일은 오래 지탱할 수 없다”며 “통일 오래 전부터 남북 주민들이 서로 엮어지게 만들어 통합을 향한 구심력을 강화시켜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류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윤 교수는 “한국인들은 통일은 크게 외치면서도 정작 북한 주민들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지원하는 일에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며 “남북한 사람과 사람 간의 결합은 영적 차원의 문제다. 한국교회는 이웃사랑을 통해서 남과 북의 사람과 사람 간의 통합을 추구하는 역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정권을 지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9년간 한국정부는 비핵화 문제에만 전념하면서 거의 모든 대북 접촉채널을 단절했다. 비핵화 노력은 중요하지만 북한 주민의 인간적 삶을 지원하는 노력을 중단시키지는 말았어야 된다”며 “북핵 문제로 당국 간의 관계는 단절되어도 교회 및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의 채널은 끊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구체적으로 한국교회가 말씀으로 돌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신주의를 배격하고 통일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또 교회부터 앞장서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이웃 사랑’에 근거한 ‘인간다운 삶’을 지원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고 교단 간 연합이 이뤄져 교회의 단합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니 말씀에 기반한 메시지를 정부의 정책에 반영시킬 수가 없었다”며 “전체 한국교회가 연합하여 탈북민 지원을 강화하고 이들에 대한 선교 및 지원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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