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청년에게 바란다

  • 입력 2017.06.02 10:08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크리스챤연합신문 창간 20주년에 -

자찬(自讚)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챤연합신문 창간 20년! 독자들과 함께 걸어온 지난세월은 그야말로 영욕(榮辱)이 교차하는 시간들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숱한 어려움과 고난의 폭풍우 앞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와 소신만으로 버티어 온 세월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갖가지 회유와 겁박(劫迫)의 바람 앞에서도 꿋꿋이 연(鳶)을 날려야 했던 지난 세월은 여느 기존의 언론들이 지나야했던 것과는 결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인고(忍苦)의 세월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런 자찬에도 숙연해지는 것은 분명 지나온 그 길이 우리 신문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독자들의 성원이 아니었던들 어찌 가당키나 했을까 생각함이며, 이제 그 스무 해의 질곡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더 큰 미래를 스스로 다짐해 보고자한다.

스무 살 청년 크리스챤연합신문은 이제 더욱 올곧은 신문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여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신문은 사회의 공기(公器)이다. 공기로서의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욱 유연한 자세로, 그러나 더욱 올곧고 강직한 자세를 견지(堅持)하여야 할 것으로 안다. 그러한 자세를 잘 견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대 앞에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하며 성문에서 정의를 세울지어다(아모스5:15).”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최고 최선의 명령으로 알고 따라야 할 것이다. 물론 정의를 세우는 신문이 되겠다는 것은 비장한 각오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교계 안에 점점 그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어둠의 세력들과 외로이 맞서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것이 고달프고 외로운 투쟁일지라도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임을 잘 안다.

이러한 숭고한 사명과 뜻을 감당해 나가는데 있어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자칫 큰 목사, 큰 교회, 큰 교단의 손을 들어주는 신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계 언론의 특성상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찌할 수 없다는 변명을 해야 할 일도 있을 수 있겠으나 만에 하나라도 언필칭 세상이 말하는 ‘큰 교회의 힘 있는 목회자’라는 이유로, 혹은 큰 교단의 중진이니 은혜로 감싸주자는 감언(甘言)으로 과대포장해주고, 반대로 작은교회의 연약한 사명자는 칭찬 받을 일을 하고도 무시하는 보도행태가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과거에 익히 보아온 대로 좀 잘나간다 싶은 큰 교회 목사와 관련된 글이나 기사는 우선취급해주고,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고난의 길을 가는 작은 목자들의 미담은 무시되던 기존의 교계 언론을 닮아가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는 말이다. 아울러 우리에게 또 하나 목숨 걸고 지켜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익히 아는 바 현대사회는 모든 정보가 유리천장처럼 다 들여다보이는 시대이다.

독자들은 우리가 견지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척보면 안다. 어느 신문이 그리스도의 말씀(진리) 안에 충실한가를 우리가 스스로 나서서 말하지 않아도 기사 한 대목, 논평 한 줄만 읽으면 금세 알아차리고 만다. 따라서 신문이 독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교단이나 기관, 혹은 단체의 대변자역할을 하기 보다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를 따라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하는 일관된 정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느 쪽의 눈치도 살필 필요가 없는 초교파 크리스챤연합신문이야말로 이러한 정신을 끝까지 잘 유지하고 세워가기를 당부한다. 스무 살 청년 크리스챤연합신문!! 나이스물이면 이제 유약한 어린애도 아니고 갈길을 찾아 헤매는 방황하는 청소년기도 지났다.

스무 살의 투지와 각오로 더욱 새롭게 나아가는 미래의 신뢰 받고 존귀함을 받는 교계의 신문으로 우뚝 서기를 여망해본다. 시대가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은 진리요 도덕이다. 어두워져가는 이 땅에 진리를 바로 세우고 전하는 신문이 결국에는 승리하는 언론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비록 경영상의 측면에서 보자면 적지 않은 고충이 따를지라도 기존의 병폐나 관행을 과감히 털고 용기백배하여 달려가기를 스무 살 크리스챤연합신문에 바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