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득과 실 면밀히 살펴야

  • 입력 2017.06.21 11:14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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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80%대 후반까지 치솟는 등 국민들이 정부에 거는 기대와 신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 위원회 신설, 치매 국가 책임제 등 국가가 국민들의 어려움을 돌아보겠다는 행보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백년대계라고 할 수 있는 교육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좀 더 신중하게 살펴보고 결단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공평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외고·국제고·자사고(자율형 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에 연일 뜨거운 찬반양론이 제기되고 있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독 자사고 역시 일반고로 편입되고 종교교육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독교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 박상진 교수, 이하 기학연)는 20일 오후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기독교적 평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해 문재인 정부 교육 정책들이 기독교학교와 기독교학교교육계에 미칠 영향을 비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첫 발제자로 민주연구원 이경아 연구위원이 나서 문재인 정부 교육 공약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 후보자 시절 교육공약을 연구한 바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교육공약은 많은 단체들의 제안을 공통되는 것들로 묶어서 반영하다보니 일종의 용광로처럼 들끓었던 공약”이라며 “핵심은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정책의 중심에 놓고, 생애초기 영유아 보육과 교육에서부터 불평등의 요소를 줄여나가고자 했다”며 “사회양극화에서 비롯된 학교 간,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상진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평등, 정의, 공공성을 추구하고 출발선을 같게 한다는 데서 기독교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모든 인간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평등해져야 한다는 기독교적인 가치와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했다.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에 대해서는 “너무 좋지만, 예산확보 문제, 획일화 가능성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지원은 최대로 하되, 학교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건강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표적인 기독 자율형사립고에 속하는 대광고등학교 김철경 교장이 ‘고교체제단순화(자사고의일반고전환) 정책에 대한 기독자사고의 입장’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장은 “자사고가 적폐의 대상인가? 우리는 대한민국 공교육의 한 부분을 성실하게 담당하고 있고,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런데 마녀사냥 식으로 자사고를 입시위주 전문 학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김 교장은 “일반고등교육이 정상화 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다. 그런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원인은 외고·자사고가 아이들을 뺏어가서가 아니라 평준화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육당국이 사립학교가 자율성을 갖고 인재양성에 노력하도록 지원하고, 잘못된 부분은 시정 지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독 자사고가 종교교육은 하지 않고 입시교육만 한다고 비판하는데, 저희는 종교교육과 입시교육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채플, 리더십교육, 비전찾기, 기독동아리 활동 등 기독교 복음을 심어주고 바른 인성을 갖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이것이 기독자사고가 사회 공공성에 이바지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장은 그는 “헌법 31조 1항에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 일반고등학교의 교육이 개선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사교육 현장에 나가고 강남학군으로 몰리며 해외유학도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더 이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안 된다. 자사고를 고교교육의 암적인 존재, 문제 원인으로 보지 말고 지원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같은 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새 정부 교육공약 이행방안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 차원의 정책제안과 제도개선 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조 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이 임명되고 전반적인 고교 정책이 정해지면 이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다양성과 자율성이란 이유로 현재의 분리교육은 안된다”며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이념과 교육철학을 넘어 국가의 교육미래를 바라보며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박상진 교수는 “교육과 관련된 기독교 단체들 및 교단 교육담당자들이 함께 기독교적 관점에서 교육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교육정책을 비평하며 실제적인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교육부장관이 임명되고 교육정책이 윤곽을 드러냈을 때, 한국교회와 기독교계가 건강한 비평자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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