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음

  • 입력 2017.07.07 10:4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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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jpg
  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블로그를 만들어 포스트를 올리고 있다. 글쓰기 책 작가가운영하는 이웃 블로그가 있다. 어느 날 올라온 글이다. “청와대에 근무할 때는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 곳을 그만두고나오니 찾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줄어들고, 어떤 사람은 연락을 하면 아예 받지도 않는다.”누군가 나를 찾는 것은 내가 무엇인가를 줄 수 있을 때이고, 내가 무엇인가 있을 때이다. 그러나 그것이 없어지면 서서히 내 주변에서 멀어지는 것이 인간사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악물고 무엇인가 있어 보이고, 되어 보이려고 한다.『무소유의 행복』에 나오는 글이다. 옛날 중국의 요 임금 시절에 허유와 소부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아주 절친한 친구였다. 요 임금이 허유에게 덕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고자 했다. 그리하여 요 임금은 외딴 숲속에 있는 허유를 찾아와 설득하였다. “그대가 나서야 천하가 잘 다스려질 텐데 내가 아직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소. 그러니 제발 천하를 맡아 다스려주시오” 허유가 그 소리를 듣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가 있음으로 해서 지금까지 천하는 잘 다스려졌습니다. 이제 와서 내가 그대를 대신한다면 나보고 명예를 좇으라는 말이오? 뱁새가 깊은 숲을 찾아도 결국은 하나의 나뭇가지에 의지할 뿐이요. 두더지가 강물을 마셔도 그 작은 뱃속을 채우기 위해서는 몇 모금의 물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니 당신은 돌아가시오. 나에게는 이 천하가 아무런 쓸모도 없소” 그리고 나서 허유는 친구인 소부를 찾아갔다. 허유는 자신이 요 임금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해 주었다. 그러자 소부가 몹시 불쾌하게 여기면서 허유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자네의 재주를 밖에까지 드러냈는가?” “내가 가진 재주를 세상에 드러낸 일이없네” “쯧쯧, 그렇다면 요 임금이 어떻게 자네의 이름을 알았겠는가? 자네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으니 이제 그대는 내 친구가 아닐세” 그 소리를 들은 허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허유가 물러가자 소부는 강으로 달려가 귀와 눈을 씻으며 탄식했다.

“탐욕스런 말을 듣는 바람에 친구 하나를 잃게 되었구나!” 그 때 한 농부가 소를 끌고 강가에 와서 물을 먹이려다 귀를 씻고 있는 소부를 보았다. 농부가 소부에게 물었다. “왜 귀를 씻고 계시오?” “내 친구가 요 임금에게 왕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들었답니다. 그 친구가 와서 그 얘기를 하기에 지금 더러워진 귀를 씻고 있는 중입니다” 그 얘기를 들은 농부가 소의 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가 씻은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는 없지요” 그러면서 소를 끌고 상류로 올라갔다. 이후 소부는 세상을 버리고 은거하여 허유와는 평생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나를 알아주기를 바란다. 안 알아주면 안달을 한다. 마치 몰라주면 외톨이 같고 처진 것 같고 버림받은 것 같고 무능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사실은 세상이 나를 원하는 것이 무슨 이유인지 아는가? 세상이 원하는 것은 나의 인품이 아니라 나의 “쓸모 있음”이다.

그러나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 쓸모 있는 사람은 대개는 남에게 부림을 당하거나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나타날 때쯤 버려지는 것이다. 책 제목 중에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가 있다. 그렇다. 쓸모 있는 나무는 베어지는 법이다. 그러니 남이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남이 알아주는 사람이야말로 수명이 짧은 사람이다. 일찍 베어져 죽은 몸으로 서 있느니, 차라리 몸을 낮추어 사는 것이 낫다. 사람이 나이 듦에서 오는 것 중 하나는,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기대심이다. 이것은 커다란 욕망이다. 이것과 싸우는 것이 인생에서 참 성공하는 것이 된다. 인간의 불행은 무엇으로 인한 것인가? 욕심이다. 욕심은 인간을 망가뜨리는 암초이다.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는 욕망도 큰 암초가 된다. 이 세상이 아름답고 조용한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로지 자신을 낮추어 숲을 지키려는 못생긴 나무가 스스로 될 때만 이루어진다. 우리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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