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 사람을 속일 수 있단 말인가!

  • 입력 2014.08.14 15:39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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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범 목사 (홀리신학원 원장)
[프로필]

 

한 시대를 주의 종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속상한 것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마귀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거짓말로 인하여 속아 넘어가 주는 것입니다. 다 알고 있지만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 주는 것입니다. 목사님은 얼마든지 속여 먹을 수 있는 사람으로 치부해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제 앞에서까지 속임수를 쓰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당하고는 합니다. 사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속여먹을 수 있는 사람이 이 똑똑한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목사님이나 신실한 성도들 외에는…. 그래서 저는 속아 넘어가 주려고 합니다.

 

병법에 불가기(不可欺 : 속일 수 없는 지장(智))와, 불인기(不忍欺 : 차마 못 속이는 덕장(德將))와, 불감기(不敢欺 : 감히 못 속이는 맹장(猛))로 지휘관을 나눕니다. 속이고 싶어도 너무 똑똑하여 속일 수 없는 사람과, 속이고 싶어도 자신이 천벌을 받을까봐 차마 속이지 못하는 사람, 속이고 싶어도 무서워서 감히 속이지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원익은 속일 수 있지만 차마 속이지 못하겠고, 유성룡은 속이고 싶어도 속일수가 없었다.”라는 영남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원익과 유성룡은 동시대 인물들로 이름난 재상들인데, 이 두 분을 비교하여 위와 같이 평하고 있는 것입니다. 천벌을 받지 어떻게 그 사람을 속일 수가 있단 말인가! 평생을 살면서 이런 소리 한번 듣고 살고 싶습니다.

 

창세기 27장에 보면 이삭이 아들 야곱의 속임수에 넘어가, 형 에서 대신 야곱을 축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형의 옷을 입고, 형처럼 몸에 털을 만들기 위하여, 염소새끼의 가죽으로 손과 목을 꾸미고 아버지이삭에게 나오는 가증스러운 모습의 야곱. 놀라운 것은 그 야곱을 이삭이 “만지며 가로되 음성은 야곱의 음성이나 손은 에서의 손이로다(창27:22)” 하며 그를 축복하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삭이 일부러 속아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에는 목사님 앞에서는 거짓말을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세상이나, 교회에서 잘못을 저질러 사람들한테 안 그랬다고 우기다가도 목사님께서 나오시면 그 앞에서 꼼짝없이 잘못을 털어놓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가 그립습니다. ‘어떻게 목사님을 속여먹어(?), 하나님께 벌 받지.’ 하던 그 시대가 그립습니다.

 

때때로 살다보면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을 때가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에게 속임을 당하지 않을 수 없거든 차마 그가 나를 속이지 못하도록 영적으로 신실하게 처신함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천벌을 받지, 어떻게 그 사람을 속일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런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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