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이단성 조사에 향린공동체 “동성애 혐오 교세의 횡포” 항변

  • 입력 2017.07.10 13:3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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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위원장 진용식 목사)가 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 대해 ‘이단 사상 조사연구’에 착수한 것과 관련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남향린교회와 들꽃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 향린교회 등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총회장 권오륜 목사) 소속 4개 교회로 구성된 향린공동체는 지난 7일 ‘임보라 목사에 대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의 이단사상 조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담합하는 행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향린공동체는 이날 설명서를 통해 “예장합동은 지난 총회에서 남부산동노회장 이춘경 목사가 헌의한 ‘퀴어성서주석 번역 발간과 관련한 이단성 조사의 건’ 이단대책위원회 상설을 총회 임원회에 맡기기로 결의했다고 한다”면서 “이에 대해 향린공동체는 예장합동의 이단성 조사가 아무런 정당성을 담보하지 않으며, 신학적 준거도 희박할 뿐 아니라 단지 동성애 혐오에 근거한 교세의 횡포”라고 항변했다.

이어 “퀴어 신학은 이단사상이 아니다. 퀴어 관점의 성서해석은 차별을 반대하고 하느님의 공의를 구현하기 위한 학문적이고도 실천적인 시도”라고 주장하며 “우리는 성서를 기반으로 성차별, 성적지향 차별을 성서적인 것으로 호도하고 가부장제에 기대어 남성 중심적 교단을 유지해온 잘못에 대해 회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성찰과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때, 과거의 획일적 성서해석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약자, 배제된 소수자들과 낮아지는 자리에 함께 계신 하느님을 성서에서 발견해야 한다”며 “편협한 이분법적 선악구도에 사로잡혀 있는 교권주의자들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고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임보라 목사에 대한 마녀몰이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차별은 하느님의 언어가 아니다. 혐오로 담합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 차별에 맞서서 깨지고 약한 자와 함께 하는 교회가 참 교회요, 이를 실천하는 자가 참 목회자”라며 “예장합동 총회는 임보라 목사에 대한 시비 망동을 회개하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향린공동체는 이번 성명서에서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성 시비는 예장합동이 동성애를 죄악시하고 반성서적인 것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라면서 “오늘날 동성애를 죄로 보는 성서 구절들이 실상은 동성애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다각적인 신학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성애자를 배제해온 역사를 돌이켜 해외의 주요교단들은 성소수자를 성직자로 안수하고 동성커플에 대한 결혼 주례를 집례하며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교단 헌법을 개정하고 있다”는 주장을 포함했다.

하지만 향린공동체가 ‘예장합동이 동성애를 죄악시하고 반성서적인 것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한국교회 절대 다수의 교회가 동성애에 대해서만은 예장합동과 동일한 신학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향린공동체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교회와 신학적 입장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해외 주요 교단들이 성소수자를 성직자로 안수하고 동성커플의 결혼을 집례한다는 점은 국내에 소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개탄을 금치 못했고, 타락한 유럽 교회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향린공동체가 성명서에서 ‘예장통합과 고신, 합신, 백석, 감리회, 침례회까지 이단사상 조사를 공조한다’며 질책한 사실은 오히려 향린공동체 스스로를 ‘이단아’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아니라 성경에서 분명히 죄로 규정하고 있는 동성애를 과거 노예제도나 백인 우월주의, 남성 우월주의에 빗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향린공동체가 퀴어 성경 주석서에 대해 “퀴어비평에 입각하여 성경을 재조명한 신학 서적으로, 퀴어비평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 교계에 다양한 토론과 논의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 것과 관련해 한 교계 관계자는 “성경이 동성애를 명확하게 죄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무슨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겠느냐”면서 “이는 마치 살인이 죄인지 아닌지 토론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장합동을 선두로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성 조사를 공조하기로 한 상황에서 기장에 적을 둔 향린공동체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그동안 동성애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기장 총회가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장총회는 2015년 제100회 총회 준비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당시 총무 배태진 목사가 “동성애에 대한 교단의 공식적 입장이 아직 충분한 논의나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마땅히 정립하지 못한 상태”라며 “앞으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단순히 찬반을 떠나서 이들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신학적으로, 선교적으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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