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후보들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진땀 빼

  • 입력 2017.08.17 20:08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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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열린 제23대 대표회장 후보자 정견발표회의 백미는 질의응답이었다.

5분 동안 준비된 소견을 발표한 것과는 달리 선관위의 공통질문에서는 중요한 정책들을 물었고, 기자들의 자유 질문에서는 후보 자격 문제부터 구체적인 정책 방안까지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어떤 후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소신껏 자기 생각을 잘 밝혔으나 다른 후보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혀 엉뚱한 답변을 해서 망신을 사기도 했다.

 

“연합기관 통합은 한기총 중심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첫 번째 공통질문은 한국교회의 통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것.

이에 엄기호 목사는 먼저 한기총 내부를 튼튼히 다지면 통합이 수월해질 것이라면서 한기총에서 나간 이들이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엄 목사는 “내부의 결속이 없이는 절대로 통합은 힘들다. 먼저 내부 결속이 전제된 후 한교연이나 한교총과 통합을 이뤄야 한다”면서도 “그들이 한기총에서 나갔으니 통합보다는 그들이 복귀하면 간단하다. 통합은 어느 한 순간에 마음만 먹으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서대천 목사는 분열되어서는 이 나라를 살릴 수 없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없기에 반드시 하나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신앙 노선이 다른 잘못된 단체와는 절대 통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 목사는 “작은교단을 희생시키면서 이뤄지는 대형교단 중심의 통합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 한기총이 중심이 되지 않는 통합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상징성과 역사성, 정통성을 봐도 한기총이 중심으로 흡수통합을 이뤄야 한다. 끌려다니는 지리멸렬한 통합, 우리 기득권만을 내세우는 통합도 하지 않겠다. 회원 하나 하나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통합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노아 목사는 연합기관이 하나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통합이 시급한 것은 아니라면서 분열의 원인부터 치료한 뒤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반드시 한기총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대형교단의 우월함과 자만을 내려놓아야 한다”면서 “한기총이 먼저 7.7정관으로 복귀한 후 떠났던 교단들이 복귀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다. 성경 말씀에 의해, 십자가에 의해 자신을 낮추면 통합은 쉽게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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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는 불과 4개월…무슨 일을 할 것인가

선관위의 두 번째 공통질문은 4개월에 불과한 임기 동안 무슨 일을 해낼 수 있느냐는 것.

먼저 서대천 목사는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아주 짧지만 하나님의 관점으로 보면 어떠한 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서 “가장 먼저 대각성 구국기도회를 열고, 12월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개최, 대한민국 사랑회복운동을 전개하고 싶다. 여러분이 협력해주신다면 4개월 동안에도 반드시 놀라운 역사가 일어날 줄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서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잃어비린 시대에 크리스마스가 향락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한기총이 나서서 축제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빛의 축제가 열리는 청계천 거리에서 서울시와 협의해 5일 동안 말씀과 찬양과 집회를 이어가며 성탄절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릴 필요가 있다. 모든 자금은 제가 부담하겠다”고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했다.

김노아 목사는 한기총이 회관 하나 없이 셋방살이를 해서야 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며 재단법인을 설립해서 회관 설립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회관 건립을 위해 재단법인을 설립해서 공유재산을 확실하게 만들고 대표회장이 임기 동안 이사장이 되어 여유자금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기총에 재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재판에 들어가는 비용만 줄여도 머지않아 큰 건물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기총을 위해 무엇이든 해놓겠다”고 말했다.

엄기호 목사는 “목회자들은 언론 앞에서나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 앞에서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전임자들이 별별 약속을 다 했지만 지켜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한 뒤 “한기총 내부를 알려면 4개월로는 부족하다. 나는 20년 넘게 몸 담아서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덤비는 것이다. 4개월 동안 큰 교단과 작은교단이 힘을 합쳐서 통합할 수 있는 토대만 마련해준다면 한기총이 든든히 서가게 될 줄 믿는다. 지탄의 대상이었던 한기총이 선망의 대상이 되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대사회 현안들엔 ‘이구동성’

선관위의 세 번째 공통질문은 동성애, 종교인과세, 차별금지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것.

이와 관련해 세 후보는 모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김노아 목사는 종교인과세에 대해 “이중과세”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엄기호 목사는 동성애에 대해 “온 교회가 결집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했으며, 서대천 목사는 “국회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실질적인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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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후보에 집중된 질문…답변에 진땀

질문 순서가 기자들에게 넘어가자 정견발표회는 갑자기 활기를 띠며 민감한 질문들이 오갔다.

기자들은 가장 먼저 김노아 후보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그 내용은 7월26일 세광교회에서 개최한 행사에 한기총 총대들을 순서자로 초청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는 것과 출신 신학교 및 목사안수 받은 교단을 명확히 밝히라는 요구였다.

이에 김노아 목사는 “그 행사는 우리 교회가 수요예배 보는 정규시간에 했다. 순수한 성경말씀만 증거하고 선거 관계나 이런 것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선거관계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불법선거의 내용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14일 불법금품선거 선포식에 이어 특정후보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세광중앙교회에서 열린 것에 대한 문제 지적에 대해서는 “나는 기자회견 마치고 홍천테마파크에 바로 가서 전혀 모르는 일이다”라고 관련성을 극구 부인했다.

이어 출신 신학교와 안수받은 교단에 대해서는 “제가 현재 한기총의 대표회장 후보로 등단됐다는 자체가 이미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이다. 이런 질문은 후보를 비방하는 일이다. 이미 작고하신 박복경 목사님으로부터 목사안수를 받은 것이 확실하다”고 답했다.

한 기자는 김노아 목사에게 “후보출마 기자회견 당시 통합측에서 이단 해제됐다고 말한 바 있다. 통합 이대위에 물어보니 종전 그대로 예의주시 상태라고 한다. 왜 허위사실을 주장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노아 목사는 “이단 해지됐다는 것을 이정환 목사에게 질의하고 답변을 받은 것이 있다. 필요하다면 한기총에 제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선거 의혹에 대한 질의는 서대천 목사에게도 제기됐다. 후보 등록 전에 모 호텔에서 한기총 총대들을 만나 금권을 배포했다는 소문에 따른 것.

이에 서대천 목사는 “나는 한기총 총대들과 아는 분도 없고 대표회장에 당선되기 위해 불법을 한 것이 없다. ‘누구한테 돈을 줬는데 배달사고가 났다’는 둥 참 당혹스러웠다”며 “돈 뿌린 증거를 가져오면 내가 1억을 주겠다. 누구에게도 돈을 준 적이 없는데 그런 말이 나오니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한기총의 총대를 모르는데 어떻게 연합활동을 하려느냐는 질문에 서 목사는 “내가 총대를 모른다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와도 이권에 개입되지 않아서 모두에게 사심없이 협력을 요청하고 함께 일하는 한기총을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른 후보와는 달리 엄기호 목사에게는 별다른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교회가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기총을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됐을 뿐.

이에 엄 목사는 “교회가 넘어간 것이 아니라 모든 재산은 총회 유지재단에 귀속돼 있다. 우리 교회와 기도원을 가격으로 따지면 1000억이 넘는다. 문제가 된 돈은 얼마 안 된다”면서 “자기 돈을 쓰는 것이 능력이 아니라 돈을 끌어모으는 것이 능력이다. 걱정하지 말라. 큰일을 해내고 말 것이다. 빚도 능력이다”고 받아쳤다.

한기총 제28-2차 임시총회는 오는 24일 오전 11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리며, 총대들의 투표를 통해 대표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대표회장 후보자들의 정견발표 이후 임시총회까지 일주일 남짓 남은 시간 동안 총대들의 표심의 향방에 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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