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선거 코앞…총대들 표심의 향방은

  • 입력 2017.08.22 09:16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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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23대 대표회장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는 오랜만에 정책 선거를 보게 됐다는 호평이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는 수년간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선거는 교단과 인물 중심으로 편향된 면이 없지 않았다는 성찰이 전제되어 있다. 교단의 크기나 배경을 보고 투표하거나 단순히 유명 인물이라고 해서 표를 던지는 선거가 진행되어 왔다는 자인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한기총 선거는 지난 정책발표회 이후 후보들이 밝힌 정책이 실현 가능한 것이냐, 속이 빈 공약에 불과한 것이냐를 두고 정책 점검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간만의 정책선거에 탄력을 받은 언론들이 많은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당선되더라도 대표회장 임기가 4개월에 불과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정책을 내세웠느냐가 진정성의 척도가 되고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은 1년 임기에 1회 연임이 가능하도록 정관에서 보장하고 있지만, 차기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엄기호 목사와 서대천 목사, 김노아 목사의 정책들이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엄기호 목사는 한기총에서 통합보수위원장으로 섬기며 연합기관 통합을 위해 발로 뛴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경험을 기초로 통합에 앞서 내부 결속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토대로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정론을 내세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통합의 당위성을 넘어서 건강한 통합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정확히 짚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장선상에서 엄 목사는 “소모적인 비판과 소송을 지양하고,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자정노력이 그 어떤 무수한 사업계획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혀 거창한 계획보다 내실을 택함으로 지지기반 확충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엄 목사의 배경이 기하성 여의도총회라는 점은 ‘또 여의도냐’라는 점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서대천 목사의 정책도 짧은 임기 동안 실현 가능한 것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달이나 두 달에 한 번씩 한기총의 이름으로 대각성 구국기도회를 열겠다던지, 청계천에서 5일간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을 열어 성탄절의 참된 의미를 알리겠다던지, 대한민국 사랑회복운동을 전개하고 싶다는 정책은 짧은 임기만으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의미있는 행사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서 목사의 구체적인 정책이 힘을 얻는 까닭은 지난 대표회장 시절 한기총을 둘러싸고 ‘한기총이 한 것이 없다’는 비판을 들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회장 소송을 제외하곤 뚜렷한 한기총의 색깔을 드러낼 만한 사업이라던지 업적으로 남길만한 일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이에 목말랐던 일부 총대들 사이에서는 ‘이제 우리도 일 좀 해보자’는 정서가 생겨날 법도 하다.

이는 ‘한기총 내에 인맥이 없다는 것은 아무와도 이권에 개입되지 않아 함께 일하는 한기총을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며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운 서 목사의 태도에 더욱 힘입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목사는 한기총이라는 배의 선장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에게 맡겨야 하느냐는 일각의 심리적 장벽을 넘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김노아 목사는 한기총 신천지대책위원장으로 일하며 대외적으로 오랫동안 신천지와 싸워온 인물이다. 김 목사는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이번 선거에서 신천지를 반드시 해체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한 각 교단에서 추천한 미자립교회 목사들을 위한 생계보장 보험가입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겠다는 것과 한기총 회관 건립을 위해 재단법인을 설립할 것이며 30억을 유치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웠다.

신천지는 반드시 퇴출되어야 하며, 작은교단 미자립교회 목사들의 생계 문제를 연합기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사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짧은 한기총 대표회장 임기 동안 가능한 일이냐는 것에는 의문이 남는다. 당위성은 있지만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또한 대형교회들이 거대한 건물을 세우고 자산을 확보하는 것에 사회적 비판 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한기총이 회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과연 타당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심지어 기독교의 대표적인 사회복지 교단인 구세군조차 빌딩으로 온갖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현재 한기총 총대들 사이에서는 위 세 후보들의 인물과 정책, 영향력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후보들은 부정선거 및 금권선거를 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한 바 있다. 한국기독교연합의 창립으로 가뜩이나 어지러운 연합기관 판세에 한기총의 선거가 건강하게 치러짐으로 통합과 화합의 총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들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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