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실현된 광장교회 “사람이 교회다”

  • 입력 2014.08.20 09:00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방이 트이고 하늘이 열린 공간에서 하나님 찬양

하늘군대 사역 면면마다 흥하고 흥하고 흥했다

 

청주 중앙공원의 건물없는 교회

주일 아침. 인적이 한산한 청주시 상당구 중앙공원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원 한 켠에 플라스틱 의자 50여개가 배치됐고, 물을 끓일 수 있는 보온통도 설치됐다.

어느 새 70여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고 찬양이 시작됐다. 사방이 트이고 하늘이 열린 중앙공원에서 그렇게 주일예배가 드려졌다.

000.jpg
 
▲광장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 노숙인 신분 보호를 위해 특수처리함.

교회 이름은 광장교회. 하늘군대(대표 이승희 목사)는 그렇게 주일과 수요일마다 사람들이 모인 교회에서 하나님께 찬양과 기도를 드린다.

아무도 예배를 드리지 않았던 공간. 하늘군대는 이곳에 교회를 세운다고 선포하고 6개월 동안 거리에서 찬양과 기도로 준비했다. 그리고 2013년 10월 광장교회를 세우고 본격적인 예배를 시작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노숙인들과 떠돌이들의 쉼터였던 공원에 주일마다 불청객(?)들이 찾아와 알 수 없는 소리들을 늘어놓으니 욕설과 방해가 만만치 않았다. 타종교인들이나 주변 상인들이 소란스럽다고 신고하는 일도 빈번했다.

하지만 말씀은 살아서 운동력이 있다고 했던가. 이들은 변화되기 시작했고 이젠 예배 시간이 다가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돗자리를 펴고 의자를 준비하며 예배에 참석하는 신앙인들이 됐다. 예배를 마치면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하여 사람이 모였던 흔적은 온데간데 없다.

건물을 교회로 보지 않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 교회라는 기본적인 가치가 중앙공원에서는 매주 확인되고 있다.

 

기다리지 않고 사람을 찾아가는 목회

“교회 창립 후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은 공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싸움이 벌어지고 노숙자들로 인해 기피대상이었던 공간이 지금은 완전히 변화됐습니다.”

하늘군대 대표 이승희 목사는 교회 건물을 세우고 반드시 그 건물로 모이는 것은 장소목회라고 명명했다. 그는 교회 건물에서 사람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장소목회에서 탈피해 사람들이 있는 곳에 찾아가는 사람목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0000.jpg
 
▲광장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 노숙인 신분 보호를 위해 특수처리함.

하늘군대가 공원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은 노숙자들을 상대로 급식봉사를 하는 줄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목사는 급식공동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영적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돕는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늘군대는 선교와 기도를 모토로 하는 자발적인 신앙공동체이다. 목회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80여명의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모여 3시간30분씩 예배를 드리고, 한 달에 한 번씩은 거리로 나가 구국기도회를 가지며, 기도원에 모여 철야기도에 힘쓴다.

이들의 기도 제목은 주로 타락한 성 문화, 낙태, 동성애, 탈북자, 학생인권, 북한구원 등 잘못된 사회 현상이 바로잡혀 성경적인 가치가 세상 속에서 실현될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하늘군대, 그 작은 시작

하늘군대는 이승희 목사가 서울에서 내려와 충청북도 괴산군에 복음의원을 시작하면서 태동됐다. 당시 집사 직분이던 이 목사는 충청도에서도 가장 오지인 이곳에 프롤로테라피 치료를 도입했고,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섬겼다.

시골목회의 어려움을 알게 된 그는 목회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수십만원에 이르는 프롤로주사를 무료로 시술하기 시작했고, 성도들에게도 특별한 금액으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 목사는 떠돌이 장사꾼들이 일주일씩 머물면서 시골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각종 물품들을 판매하는 모습들을 접하게 됐고, 어르신들이 갈 곳이 없어 그곳으로 몰린다는 사실을 안 그는 모임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목사는 2007년 사비를 털어 1350평 부지를 구입하고 건평 100평 건물을 세워 엘림원이라는 오픈하우스를 마련했다. 엘림원은 자물쇠에 열쇠가 꽂혀 있어 아무나 출입이 가능하고 주변에 재배하고 있는 과실과 작물들은 저마다 관리자가 되어 약을 치고 잡초를 뽑는다.

이 곳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목회자들끼리 모여 시국기도회를 갖기 시작했고, 이 모임이 점차 퍼져 보은, 옥천, 청주, 청원 등 주변 지역 목회자들이 하늘군대의 이름으로 조직됐다.

0.jpg
 

하늘군대는 갈 곳이 없던 시골 어르신들을 엘림원으로 모셔서 노인 성경학교를 시작했고, 평생 농사만 짓던 어르신들이 국가발전과 잘못된 문화, 탈북자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에는 철야예배가 열려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기도했다.

하늘군대 회원들은 인근 교회마다 등록해 찬양을 인도하는 등 시골교회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성도들에게 ‘여러분이 희망이다. 여러분들이 지친 목사님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가르치자 목회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도 얻게 됐다. 여기에는 이 목사가 당시 집사 직분이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충청도 오지에 기독교 문화 번성케

그렇게 시작된 하늘군대는 2008년 문화로부터 소외된 괴산군에서 ‘청예제’라는 전도집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신자들에게 기독교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교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친근감을 갖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문화센터를 대여해 인기 유명 크리스천 강사들이 행사를 진행하니 갈급한 문화에 이끌린 이들이 모여들어 기독교 문화가 어떤 것인지 접하게 됐고, 교회의 따듯한 모습들을 만나게 됐다.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한 청예제는 어느새 2000여명이 참석하는 지역 축제로 자리잡게 됐고, 지역 정치인들이 앞다퉈 순서를 배정해 달라고 할 만큼 영향력도 갖게 됐다.

6년 동안 청예제를 개최한 하늘군대는 괴산군 기독교연합회가 자체적으로 행사를 주관할 수 있게 되자 청예제와 관련한 모든 것을 연합회에 위임하고 청주시 중앙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중앙공원 광장교회는 시작됐다.

이승희 목사는 복음의원 원장이면서 하늘군대 대표이다. 사실상 대외적으로 대표일 뿐, 자신이 하늘군대를 만들었을 뿐 회원 모두가 스스로 대표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선교와 기도를 중심으로 모인 목회자와 평신도의 모임은 섬김을 통해 끈끈한 정으로 얽혀들었고, 이젠 사실상 한 식구가 되어 따로 또 같이 사역들을 감당하고 있다.

00.jpg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