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 입력 2017.09.01 09:57
  • 기자명 컵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도현 목사.jpg
 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 웰 다잉 전문 강사, 암을 이기는 건강세미나 강사  

요즘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졌습니다. 생로병사가 인간의 운명인 것을 새삼 느낍니다. 지금까지 산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폐암 말기 선고를 받았을 때, 저는 이미 죽은 자와 다름없었습니다. 그 당시 삶을 정리했었는데 지금까지 덤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어려운 순간이 있었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다시 살게 되었기 때문에 생사를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기고 살았기 때문이었고, 조금 더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지 않고 생로병사를 받아들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목회자답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운명입니다. 모든 사람은 병들고 늙습니다. 이미 몸은 늙어가고 있는데 젊어 보이려고 노력한다면 미안한 말이지만 그것은 발악입니다. 정해진 법칙을 따라서 순리대로 살아야 합니다. 늙는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일생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을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것이며,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만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입니다.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불량 없게 하려는 것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입니다. 정신이 깜박 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고,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인도의 유명한 시인 타골은 “나는 나이가 점점 많아 가므로 내가 젓는 노를 의지하지 아니하고, 이제는 돛을 높이 달고 바람을 의지하노라”라고 말했습니다. 젊었을 때에는 열정과 꿈과 비전을 품고 도전하며 살았지만 노년기에는 바람 따라, 물결 따라, 순리대로 살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무슨 일에나 함부로 참견하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웃으며 받아들여야 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식이 원하지 않으면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효자라도 간섭하면 싫어합니다. 한번 한 말은 두 번 이상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말이 많으면 따돌림을 받습니다. 비판을 삼가고 즐거웠던 기억만을 간직하고 괴로웠던 기억은 깨끗이 지워 버려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떠날 것은 없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본적인 욕망이 있습니다. 목회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예외일 수 없습니다. 젊어서는 성적인 유혹이 덫이 될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는 명예가 덫이 될 수 있고, 노년에는 물질이 덫이 될 수 있습니다. 목회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물질에 대한 탐욕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노년기에 사람들이 물욕과 결별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의 가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에 대한 신뢰의 부족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하나님 다음으로 우리를 지켜 줄 수 있는 수단이 물질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돌봄을 입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물질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시편 37편을 보면 다윗이 고백하기를 “내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의인이 버림을 당하거나 그의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못하였도다”(시 37:25)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면 하나님은 반드시 삶을 책임져 주십니다. 이 시대가 아무리 물질만능의 시대라 할지라도 목회자는 물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젊은 시절에 성결하고 헌신적인 삶을 살다가 목회 사역의 마지막을 물질 때문에 낙서하듯 마치면 되겠습니까? 노인들이 추하게 보이는 것은 노욕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욕심을 버리고 초연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노욕이 더 무섭습니다. 저 역시 사람인지라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앞에 가는 순간까지 마음을 비우고 더 내려놓고 목회자답게 살겠습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